[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주인 없이 헤매던 중견가전업체가 하나둘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에, 자체 유통망을 갖춘 주인을 만나게 되면서 내부 분위기는 한껏 고무됐다.
◇위니아만도 딤채 2014년형 (사진=위니아만도)
현대백화점은 최근 위니아만도의 최대주주인 CVC 캐피탈과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005440)는 1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위니아만도 홀딩스와 MOU를 체결했으며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실사 과정이 남아있어 구체적인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대유에이텍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알려졌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CVC측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방향이 전환했다. 위니아만도는 15년 만에 범현대가(家)로의 재편입을 앞두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의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의 가전 부문으로 출발했다. 한라그룹은 故 정주영 회장의 첫째 동생인 정인영 회장이 이끌던 회사로, 지난 1999년 IMF위기로 해체됐다. 동시에 위니아만도는 CVC컨소시엄에 팔렸다. 위니아만도는 지난 1995년 처음으로 김치냉장고 '딤채'를 출시하면서 경쟁력 있는 중견가전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양사는 이번 인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주력사업인 유통업이 정체기라는 판단 하에 대규모 M&A를 예고하며 차기 성장동력을 찾았다. 지난 2012년과 지난해 각각 한섬과 리바트를 전격 인수했다. 이번에 위니아만도까지 품에 안으면서 패션과 가구, 가전까지, 토탈 라이프케어 기업을 꿈꾸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유통그룹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생활가전과 가구에 렌탈까지 갖추면서 종합유통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니아만도 역시 내부적으로 환영하는 모양새다.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 라인업을 가진 상황에서 유통채널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이라는 대형 유통채널과 함께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H&S 등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현대H&S는 현대위가드라는 이름으로 정수기 등을 렌탈 판매하고 있다. 이온수기를 판매하는 위니아만도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가(家)는 암묵적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친족 계열사를 지원하는 문화가 남아있어 위니아만도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동양매직도 동양그룹 부도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최근에는 내부 인사인 강경수 전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강 신임대표는 24년 이상 동양매직에 근무해온 '동양맨'으로, 렌탈사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인물로 평가된다.
동양매직의 새 주인인 NH농협은행-글랜우드 컨소시엄은 동양매직이 강점을 보여온 렌탈과 가전분야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전략을 고심 중이다. 가전부문에서는 일본의 글로벌 가전업체인 파로마와 기술제휴를 통해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주목되는 것은 바로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효과다. 농협경제지주와의 협업을 통해 전국의 하나로마트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제품 매출 빈도를 늘려갈 수 있다. 위니아만도와 마찬가지로 유통채널을 고심하던 동양매직이 반겨하는 부분이다. NH농협은행과 NH농협카드, NH농협캐피탈 등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를 통해 이자비용을 줄이거나 할부금융 등을 제공해 금융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오늘 영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단행되는 등 바쁘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그룹이었던 웅진의 부담에서 벗어나 훨훨 날고 있는 코웨이의 길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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