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정기종기자]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출혈열)가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지에 상주 인력을 둔 기업들은 외부출입을 자제시키는 등 현지 안전수칙을 강화하거나 일부 인력을 철수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지역으의 출장은 전면 금지된 상태다.
◇현지 인프라 확충한 가전업계, 상황 예의주시
최근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8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현지와 인근에 파견된 직원 보호와 해당 지역 출장을 자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1일 기준 서아프리카 기니와 라이베이라,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에서 163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 이중 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체 감염자는 1603명에 달한다. 기니 인근 지역인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지역은 특별여행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아프리카 시장은 10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빠른 경제 성장률을 동반한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 세계 주요 가전시장 중 하나로 각광받아왔다. 올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률을 세계 평균 4.5%를 상회하는 6%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주요사들은 현지 인프라 확충에 힘써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며 지속적으로 확산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지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 공격적 투자로 현지 공략을 강화해 오던 제조사들은 근심섞인 분위기 속에 차분하게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해 까지 아프리카 시장 TV와 가전의 매출을 지난 2012년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지난해 8월 이집트에 1억달러 규모의 TV와 모니터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달엔 최근 남아공 주요 무역항 도시 더반에 TV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바 있다.
아프리카 전체 지역 3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 법인 중 서아프리카 지역에 해당하는 곳은 나이지리아 판매법인 뿐이다. 소규모의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며 현지인 위주로 운영 중인 나이지리아 법인은 현재 큰 문제없이 운영 중이다. 다만 관련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의 교육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인이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상주직원들은 현지에 머물고 있다"며 "하지만 예방차원에서 현지 출장은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회사측 직원의 건강에 이상신호는 없어 현지 직원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생산시설 설립 등의 관련 사업은 변동 사항 없이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 지역에 판매와 생산, 서비스, 마케팅 등 총 4개 분야의 6개 지역 법인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측 역시 서아프리카에 해당하는 나이지리아 마케팅 법인에 상주하는 극소수 한국인 직원에 대한 귀국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현지 법인의 안전도가 크게 위협받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LG전자도 해당 지역 출장을 제한하고 조치 과련 임직원들 대상으로 예방 수칙을 교육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된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주재 직원에 대한 귀국 판단은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발병 인근지역에 법인을 둔 국내 제조사 입장에선 걱정이 될 법 하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고 현지 직원들의 분위기 또한 비교적 차분한 상황이라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고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왼쪽)과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오른쪽)(사진=각 사)
◇8개사, 16곳 건설현장 진행중..현지인력 철수도
건설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에볼라 발생 3국에는 8개사가 진출, 16곳의 건설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업체가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이는 수주금액은 4억9600만달러로 전체 수주금액(404억5600만달러) 가운데 1.2%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지난 2012년과 2013년 수주금액은 각각 16억1500만달러와 10억8200만달러로 전체 비중에서 3.7%, 2.4%를 차지하며 비교적 적은 비중을 보이고 있으나 중남미와 함께 건설업계의 신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해당 지역에 진출한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상주 직원(70여명)이 있는
현대중공업(009540)과
한국전력(015760)공사, 이수건설 등을 제외하고는 현장 인원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장 건설근로자들을 위주로 안전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에볼라 발병국인 시에라리온에서 도로공사를 진행 중인 이수건설은 에볼라가 처음 발생한 6월 하순 공사를 중단하고 1차로 20여명의 직원을 철수시켰다. 현재 현장 보존을 위해 8명의 직원이 남아있으며, 향후 악화될 상황을 대비해 철수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중부 카메룬 아래쪽에 위치한 적도기니와 동부 케냐에서 각각 상하수도와 파워플랜트 공사를 진행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공정률이 90~100%로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인력 철수보다는 서부 아프리카 출장을 자제키로 하고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현재 이 지역에 나가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은 모두 57명으로 향후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주재원 안전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외교부의 발 빠른 현장 안전조치로 현재까지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각 기업마다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출퇴근 경로를 최소화하는 등 감염 억제를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 건설사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현지진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현장이 에볼라 발생지역과는 떨어져 있어 현재까지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과 긴밀한 연락을 통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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