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진=각사)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제품 마진율을 크게 축소시키며 대대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에 나서 시장 초토화가 예상된다.
특히 월 SSD 판매량이 60~70만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가격 인하에 힘입어 전략 제품인 '840 EVO'를 중심으로 올해 SSD 부문에서만 총 31억9000만달러(한화 3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1TB SSD의 판매가격을 GB당 0.44달러로 낮췄다. 이는 마이크론, 샌디스크, 도시바를 비롯한 수많은 SSD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대다. 840 EVO 프로가 업계 최고급 성능을 나타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삼성이 SSD 시장에서 본격적인 물량 몰이에 나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론도 960GB SSD 가격을 GB당 0.46달러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GB당 5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SSD 제품은 3개에 모델에 불과했지만 8월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킹스턴, 마이크론이 6개 제품을 5달러 이하에 판매 중이며 도시바, 샌디스크 등 대다수 SSD 업체들도 가격을 5달러대로 전격 인하했다.
반면 시게이트와 인텔, 킹스턴 등의 기업들은 오히려 SSD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성능의 제품 가격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높인 것.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대에서 이들 업체들의 생산구조로는 도저히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와 SSD를 함께 만드는 회사들은 GB당 5달러 밑에서도 마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외의 업체들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는 840 EVO 1TB 모델은 지난해 출시돼 삼성전자의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비교적 저렴한 생산비용의 트리플레벨셀(TLC) 방식을 적용한 이 제품은 기존의 멀티레벨셀(MLC) 제품 대비 신뢰도는 높고 가격은 더 낮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840 EVO의 가격대를 GB당 0.5달러 밑으로 내리면서 이미 SSD 치킨게임의 서막이 오른 것으로 관측하는 시선도 있다.
삼성전자가 도시바,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TLC 비중이 전체 낸드 생산의 60%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SSD의 유일한 단점이었던 높은 가격대를 TLC와 최근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3차원 수직 낸드(V낸드) 등 공정 기법을 활용해 낮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SSD 시장 점유율 예측치였던 27%보다 3%포인트 가량 높은 30% 수준의 연간 점유율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경쟁 SSD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도록 떠밀렸다. 기존의 낸드 수급 방식에서 GB당 5달러 이하로는 마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 인하를 진행 중인 상황. 오히려 인텔, 킹스턴 등은 현재 수급 상황에서 가격을 더이상 낮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오히려 4개월 전 대비 가격대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는 당초 SK하이닉스의 우시공장 화재 등으로 낸드 공급 부족이 가속화되며 SSD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고 나서면서 다른 SSD 업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격대에서 SSD 가격이 더 내려갈 경우 상당수 업체가 SSD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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