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산 저가 수입재 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강업계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업계는 미국, 일본 등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철강재 수출을 확대해 내수 부진을 만회하고, 수익성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철강재 수입량은 1120만7313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970만263톤에 비해 15.5%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 철강재 비중은 전체 수입산 물량의 절반이 넘는 58.4%로, 전년 동기 대비 31.0% 급증했다.
특히 중국산 칼라강판(91.7%), 철근(82.6%), 아연도강판(76.1%), 열연강판(56.6%) 등은 전년 동기 대비 수입량이 50% 이상 늘며 내수시장을 교란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비중이 크게 늘면서 수입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가격 및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수입재 공세가 시작되던 초기에는 유통 할인율을 높여 가격으로 맞섰지만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가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계마저 넘어버렸다.
특히 수익성 악화로 침체돼 있는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수입재 사용을 늘리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내수시장에서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경기 회복으로 철강재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올 상반기 국내 철강재 전체 수출량은 1558만6627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1444만6987톤에 비해 7.9%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철강재 수출액(31억98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22.4%나 급증하면서 철강재가 무선통신 기기에 이어 수출액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철강 수출이 반전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수요가 회복된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경쟁이 치열한 범용재에서 탈피해 맞춤형 고부가 강재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철강재 수출 증가에 힘입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의 2분기 실적도 성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에너지, 조선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됐다.
포스코의 경우 고부가 제품 판매비중은 지난해 30.8%에서 올 1분기 31.6%, 2분기 32.8%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내수를 줄이고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의 2012년 2분기 내수 판매량은 524만6000톤에서 2013년 2분기 492만7000톤, 올 2분기 469만7000톤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수출량은 2012년 2분기 342만3000톤에서 2013년 2분기 348만7000톤, 올 2분기 384만5000톤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현대제철도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현대제철의 2분기 총 판매량 508만톤 중 고부가 제품은 213만톤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 37%에서 5%포인트 증가했다. 수출 비중도 지난해 말 21% 수준에서 올 상반기 28%로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비해 수출 비중이 적지만 올 들어 남극 장보고 기지, 콜롬비아 화력발전소, 터키 대형 교량 건설 프로젝트 등에 내진용 고성능 H형강SHN 등 고부가 제품 수출을 늘리면서 점차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등 철강산업 대규모 수요처의 부진에 더불어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이 크게 늘면서 내수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미국 셰일가스 붐과 동남아 지역 성장세로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수출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산 저가 수입재 공세로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해외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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