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순신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생들도 아는 그 이름이다. 12척의 배로 330척을 무찌른 명량대첩을 배경으로 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인물과 전투다. 김한민 감독의 새 영화 <명량>의 배경이다.
하지만 영화는 뻔하지 않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의 숨은 드라마를 찾아냈다. 1597년 정유재란 시기 이순신의 고뇌와 외로움을 큰 줄기로 잡았다. 그리고 이순신을 통해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이런 사람 아니냐"고.
파직당한 이순신 대신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원균의 패배로 해상에서의 주도권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다. 이순신은 복귀하지만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믿었던 거북선마저 불에 타버린다. 임금은 해상을 버리고 육군으로 합류하라는 어명을 보낸다. 고독한 리더 이순신만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왜군은 해적왕 출신 구루지마(류승룡 분)을 이순신의 상대로 내세운다. 그 역시 해상의 전술에 능통한 인물이다. 함선수에서도 압도적 열세다.
하지만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이 해전은 불과 8시간만에 1척의 배도 잃지 않은 조선의 승리로 끝난다.
이순신은 11척의 배를 뒤로한 채 선두에 나서서 일본의 배들과 대적한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는 신념이 해상전투에서 드러난다. 그 모습에 신하들과 장수들은 감동하고, 두려움에 떨던 백성들도 승리의 희망을 찾는다.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자 12대 330이라는 싸움을 완승으로 만든다.
최근 사회 기득권층의 책임 회피에 대해 일갈하듯 맨 앞에선 이순신의 위용은 최민식의 열연에 힘입어 더욱 위대하게 다가온다.
◇<명량> 이순신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량>은 최근의 영화 트렌드에 역행하는 정통사극이다. 웃음기를 싹 빼고 철저하게 리얼리티만을 추구했다. 왜군 역시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라 이유있는 존재로 그린다.
영화는 두 가지 장면으로 나뉜다. 해상전투 전의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61분간의 해상전투다. 이순신의 고뇌는 해상전투신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한민 감독의 재능이 빛난 지점이다. 전반부 드라마와 후반부 해상전투신의 연결점을 찾아 큰 울림을 발한다.
이순신 역의 최민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한다. 대사도 극히 적고 영화의 반은 해상전투만으로 이순신의 무게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최민식은 이를 해낸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관객들을 제압한다.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해상전투 61분이라는 위험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순신의 아들 이회 역의 권율은 충무로의 신성이 될 것으로 보이며,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선 노민우 역시 큰 존재감을 보인다. 임준영 역을 맡은 진구의 연기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으며, 정씨여인 역의 이정현 역시 남편을 걱정하는 농아 아내의 연기를 간절하게 표현한다. 신예 박보검은 최민식 다음으로 이 영화의 수혜자가 될 공산이 크다.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보인다. 이순신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이 힘이 많이 빠진다.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은 극에서의 무게감에 비해 이렇다할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소 허무하게 죽는다.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 또한 크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 이 외에도 김중걸 역의 김태훈이나 오둑이 역의 고경표는 극 중반에 증발된다. 멀티캐스팅이었음에도 그 비중과 배치가 조화롭지 않아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짜내듯이 감동을 주려는 일부 장면은 아쉽다. 좀 더 매끄럽게 절제했다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연으로 가장한 몇몇 장면도 거슬린다.
이처럼 몇가지 아쉬움이 분명하긴 하지만 큰 감동을 전해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리더상에 대해 고민하게 하며, 난중일기를 다시 찾아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의리가 화두인 시대. "임금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이냐"는 이회의 말에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의 말은 강렬하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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