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0%에서 또 동결했다. 외형상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을 견뎌낸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이번 금통위에서부터 한은의 고집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면 올리는 쪽"이라며 '금리인상'이라는 방향설정을 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방향을 전환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리 방향은 인상이라고 수차 언급했으나 이는 4월 전망을 내놓을 때 장기적인 방향성이 그렇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며 "금리 인상 시그널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경제상황 인식에서는 정부와 일치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한은은 금리를 결정한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이 총재는 "3.8%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전망을 내 놓으면서도 하방리스크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은행과 경제인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하겠다.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는데 한은도 동의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경기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이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경환 후보자의 정식취임 일정을 감안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최 후보자의 취임은 당초 금통위가 열리는 이날 예정됐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다음 주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10일 오전 취임식까지 계획했었다가 일정을 취소했다.
한은이 금리를 전격 인하한다면 최 후보자의 정식취임 이후인 8월 금통위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을 포함한 확장재정정책을 예고한 최 후보자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후 여기에 발맞추는 모양새의 금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중수 전 총재는 지난해 정부의 대규모 추경편성 직후인 5월 금통위가 금리를 깜짝 인하한 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선제적이기보다는 정부 추경정책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정부와의 정책공조와 관련해 "경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화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이라는 고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 효과가 최대화될 수있도록 조화롭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해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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