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독일이 국가 기밀 문서를 빼돌린 혐의와 관련해 미국 정보 당국의 해명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이 없어 양국의 우호 관계에 금이 가게 생겼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중스파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과 미국 사이에 불신이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독일 검찰은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210여건의 기밀문서를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빼돌린 혐의로 독일 연방정보국(BND) 소속의 한 독일인 직원을 체포했다.
지난해 가을 NSA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휴대 전화통화를 도청한 적이 있어 이번 이중스파이 소식으로 미국에 대한 독일의 불신감은 더욱 커졌다.
◇메르켈 총리(오른쪽)가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독일 고위 관료들은 미국의 스파이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혐의가 불거지자 사실 확인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일간지 빌드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협력해 빠르고 정확하게 이중스파이와 관련한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사진)도 "미국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신속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고 중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도 "미국 스파이 사건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사실이라면 동맹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 정치에 개입하기를 꺼리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도 TV에 출연해 "만일 미국이 독일을 감시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나면 양국 관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 정도면 당할만큼 당했다"고 꼬집었다.
독일과 미국은 지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의 도청 의혹에 미국을 신뢰하는 국민 수는 크게 줄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미국으로부터 더 독립되길 바랐고 69%가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백악관은 NSA의 이중간첩 혐의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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