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뺨때리다 숨진 70대 경비..법원 "업무상재해"
2014-06-29 06:00:00 2014-06-29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70대 학교 경비원이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한 데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명수)는 경비원으로 일하다 숨진 이모씨의 유족 강모씨(76·여)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이 학교 건물에 무단으로 칩입한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린 것을 보면, 사망하기 직전 학생들을 발견하고 쫓아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흥분한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인 고인이 30도의 기온에서 전력질주를 하고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면 갑작스런 육체 활동과 정신적 흥분상태가 심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순찰업무가 단순하고 가벼운 육체 노동이라고 해도, 고령인 고인에게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을 것"이라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2011년 7월 학교 화장실 창문에서 중학생 여럿이 나오는 것을 보고 뒤쫓아갔다.
 
마음이 급했는지 속옷 차림으로 숙직실을 뛰쳐나갔다. 종종 나타나 담배를 피우는 등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 같아 꼭 잡아 혼내야 했다.
 
이씨는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한낮에 10분을 넘게 뛰어다닌 끝에 학생 한 명을 붙잡아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며 훈계했다. 그러다 갑자기 주저앉듯 쓰러져 그대로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 사망 당시 나이는 73세.
 
근로복지공단은 이씨가 고령인 점을 들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씨는 소송을 냈고, 1심도 마찬가지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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