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한 맞벌이 부부가 결혼 생활 14년 만에 이혼하게 됐다. 남편은 아내가 장래에 받을 퇴직급여가 재산분할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아내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법에만 연금의 분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다른 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반발했다.
지난 19일 대법원이 이런 내용의 공방을 두고 진행한 공개변론을 한국정책방송(KTV)과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분할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연금은 어떨까. 부부가 이혼할 때 개인연금은 분할 대상이 될까.
판례로 보면 개인연금은 분할 대상이 아닌 쪽에 무게가 기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95년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도 '불합리한 보험상품을 개선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에서 부부가 이혼한 경우 부부연금형에서 개인연금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바꾼다고 밝혔다.
개인연금의 경우 부부가 이혼하면 가입자가 아닌 배우자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된다. 하지만 기존 부부연금형은 이럴 때 개인연금형으로 전환할 수 없어 이혼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부부연금액이 지급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다만 이런 조치는 가입자인 배우자에게는 개선일 수 있으나, 가입하지 않은 배우자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내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편보다 3살 어리고 7년 더 산다. 여성이 대개 10년을 혼자 더 사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9%로 남성(73.3%)보다 턱없이 모자라고 임금수준도 남성의 60% 정도에 그친다.
특히 65세 이상의 황혼 이혼이 최근 10년 사이 28배나 늘었고, 60세 이상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30%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이들의 노후를 뒷받침하는 연금 제도는 확 바뀐 사회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은 이혼하면 연금을 분할 수령할 수 있으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은 그렇지 않다"며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 분할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정 배우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연금에 분할 기능을 더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황혼이혼과 1인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대응해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반면 김재현 상명대 보험학과 교수는 "연금 분할의 취지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국민연금은 일종의 국민의 권리라서 분할을 한다지만, 국가가 개인연금과 같은 개인의 재산권에 대해 이혼할 때 절반을 주라고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유창민 금감원 보험상품감독국 팀장은 이에 대해 "따로 검토한 바 없다"며 "개인연금은 연금이 개시되기 전에는 상법상 계약자의 권리"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지난 19일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재산분할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퇴직금이 재산 분할의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공개변론을 열고 있다.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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