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재가 검토 이후 새누리당 내부에서 '문창극 불가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19일 당권 도전 출마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거나 이튿날·"알아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는 이전의 발언에 비해 한층 강한 어조로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앞서 서 의원과 함께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무성 의원도 지난 18일 "적극적인 해명을 한 뒤, 여론이 따라주지 않으면 대통령과 당에 부담을 덜기 위해 본인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민·이인제·홍문종 의원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내부의 이런 기류 변화는 전날 청와대의 '재가 연기'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그동안 문 후보자의 발언이 전체 맥락에서 큰 문제가 없다며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던 새누리당 내 분위기가 청와대의 결정이 나온 이후 급변한 것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News1
전날 대정부질문에 나섰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두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아예 언급조치 하지 않은 의원들이 대다수였다.
김도읍 의원은 사전에 배포된 질문지에 '청문요청서를 제출하지 말라'는 야당에 대한 비판하는 내용을 넣었지만, 오후에 진행된 실제 질문에선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대신 문 후보자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넣었다. 그는 문 후보자에 대해 "국가개조를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거나 "분열된 국론을 융합해서 대한민국 개조를 잘 추진할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그동안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던 이재오 의원도 문 후보자를 성토했다. 그러나 이날 질문에 나선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은 어제 의총에서 얘기한 것 그대로"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의총에서 "의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다만 "(대통령이) 돌아오신 연후에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밝혔다. 당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보다는 청와대의 명확한 입장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의 이런 기류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여권 내 사퇴 요구가 거세다'는 지적에 대해 "나는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 후보자는 또 전날 청와대의 '재가 연기' 결정과 관련해 기자들이 '밤사이 입장 변화가 있냐'고 묻자. "밤사이에 변화가 없다. 저는 어제 말한 것처럼 오늘 하루도 제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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