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위태'..중국 '양'에 이어 '질'도 한국 위협
2014-06-19 14:26:07 2014-06-19 14:30:2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의 대상이다.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이른바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에 따라 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조선업은 큰 타격 없이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대부분 해외 선주로부터 주문을 받는 한국 조선업과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이유로, 양적 측면의 위협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소수 특수 선종과 해양설비를 제외하고는 기술력 면에서도 한국 조선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심각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고부가 선종 위주의 수주 전략으로 수주금액 면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켰던 한국 조선업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대목으로, 이는 질적 도발 경고까지 낳고 있다.
 
19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은 총 759만2308CGT, 403척을 수주했다. 전 세계 수주량의 42.8%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반면 한국은 517만4041CGT, 150척으로 전 세계 수주량의 29.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중국은 CGT와 수주 선박 수에서 각각 4.6%, 13.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은 각각 20.5%, 23.1%로 하락폭이 더 컸다.
 
수주금액 면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한국을 뒤쫓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151억1600만달러로 141억200만달러를 기록한 중국을 10억달러 규모로 앞섰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이 129억5200만달러, 중국이 120억달러를 기록하며 수준이 비슷해졌다.
 
전 세계 수주량 점유율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은 지난해 39.7%에서 올해 42.8%로 3.2%포인트 증가한 반면, 한국은 32.5%에서 29.2%로 3.3%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양국 간 희비는 전 세계 조선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더욱 심화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양국의 연간 평균 수주량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2011년 33.4%, 2012년 32.3%, 2013년 40.3%로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5월까지 평균 44.4%로 증가폭을 키웠다.
 
반면 한국은 2011년 39.5%에서 2012년 31.6%, 2013년 32.0%로 점차 점유율이 하락한 데 이어 올 5월까지는 평균 27.0%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물론 중국이 불황기 때 저가수주를 크게 늘리면서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한 탓도 있지만 저가수주 기조가 중단된 올해 들어서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크게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조선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에 대해 발주 선종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올 들어서 중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벌크선과 탱커선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1월~5월)과 비교해 전 세계 발주량(DWT기준)이 각각 8.2%, 0.6%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이 주도하는 컨테이너선과 LNG선은 각각 31.6%, 39.1%로 급감했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의 경우 벌크선이나 탱커선에 비해 고부가 선종이어서 한국의 수주금액 감소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향후 2~3년치 수주잔량을 채우면서 선주와 선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수주가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최근 지난해 5월부터 올 5월까지 클락슨 선가지수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지난달 말 기준 클락슨 선가지수는 140포인트로 201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의 전 선종에 걸쳐 선가상승이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벌크선의 경우 케이프사이즈 기준 지난해 5월과 비교해 20% 이상 올랐다. 탱커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각각 13%, 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해운업계가 유동성 위기로 신조 선박 발주를 거의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정부 지원을 통해 내수 물량이 전체의 30%에 육박한다”며 “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막대한 내수물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물량을 발판 삼아 중국이 수주 행진을 이어가면서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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