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선제골' 이근호, 2010년의 아쉬움 떨쳐내
2014-06-18 10:45:28 2014-06-18 10:49:50
◇이근호. (사진=로이터통신)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한을 4년 만에 확실히 날려버렸다. '재기'를 세계에 널리 표방한 당당한 골이자 '월드컵 최저 급여자'의 골이다.
 
홍명보호의 '조커' 이근호(29·상주 상무)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러시아 상대 경기에서 첫 골을 안기면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후반 11분 박주영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교체 투입 12분만인 후반 22분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선제 득점을 기록했다. 
  
이근호는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고 러시아 진영 중앙 부분으로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이후 상대 수비를 제쳤고 강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예프의 손에 잡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슈팅이 강했다. 아킨페예프는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공은 아킨페예프의 뒤를 지나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아킨페예프가 뒤늦게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선 후였다.
 
한국은 후반 교체 투입된 케르자코프에게 이근호 득점 6분 후인 후반 28분 아쉬운 동점골을 내줘 1-1의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고,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지난 월드컵 당시 컨디션 난조로 막판에 탈락했던 이근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근호의 골을 막지 못한 러시아의 골키퍼 아킨페예프. (사진=로이터통신)
 
◇이근호, 2010년 아픔 딛고 재기 성공
 
이근호는 지난 2010년 당시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3골을 몰아넣으며 엔트리 진입이 유력했던 '허정무호의 황태자'였다.
 
그러나 전지훈련지였던 오스트리아까지 갔다가 짐을 싸야 했다. '컨디션 난조'가 원인이었다. 쓸쓸히 한국으로 돌아온 이근호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렇지만 이근호는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을 보이면서 재기를 노렸고,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AF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또한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2골)과 최종 예선(3골)에서도 한국에 귀중한 점수를 쌓으며,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에 기여했다.
 
결국 이근호는 박주영과 함께 대표팀 선수 중 최대 A매치 출전(64경기)에 선수가 됐고 나이로 인해 고참급 선수로 자리잡았다. 그는 2012년 12월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축구단)에 입대했으며, 현재 상주 상무 소속으로 활약 중이다.
 
이근호는 팀내 유일한 군인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영광, 팀의 성공이 먼저다. 적으면 30분, 많으면 40분 정도를 뛸 것 같은데 그 시간에 90분 뛰는 만큼의 체력을 쏟아붓겠다. 두 배 이상 뛰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근호가 18일 오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러시아 상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스스로의 약속 지킨 이근호, 급여는 월드컵 출전 선수 '최저'
 
이근호는 그동안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촘촘한 수비를 잘 헤집어야 한다", "측면의 뒤로 파고들어야 한다"며 기록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기 자신이 해야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겸손함과 책임감이 돋보였던 그는 결국 이날 교체 투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제 득점을 이룬 주인공이 됐다.
 
이근호는 경기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훈련할 때에 슈팅 감이 좋아서 자신있게 찼다. 자신감이 실려서 실력도 좋아지고 운이 따랐던 것 같다"며 "오랫동안 꿈꿔 온 골이다. 기다려왔는데 현실이 되니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은 좋았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온 것을 지키면서 패스를 주무기 삼아 알제리전을 준비 잘 해서 꼭 승리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같은 날 새벽 벨기에에 1-2 패배를 당한 알제리와 오는 23일 맞붙는다.
 
한편 이근호는 이번 득점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 득점 선수 중 최저 급여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 상병 계급인 이근호의 월급은 13만4600원으로, 병장이 되도 14만9000원을 받게 된다. 이를 주급으로 환산할 경우, 3만원 미만이다. 주급으로 수억 원을 받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월드컵에서 그야말로 '최저 급여'를 받는 선수인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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