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등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현직에 있을 때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발언이 16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을 피고인 신문했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이 2009년 전부서장회의에서 군에 보급할 안보교육자료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넣도록 지시한 것이 국가안보와 어떠한 관계가 있나라고 물었다.
원 전 원장은 "중요한 관계가 있다"며 "북한이 사실상 수입원이 없는 국가인데, 그런 국가에서 핵실험하고 미사일발사하는 돈은 어디서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은 같은 취지에서 전국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에서도 "햇볕정책에 문제가 많은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같은해 10월 전부서장회의에서 국정원 활동 여부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이 오르내릴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한 것을 국정홍보거리로 삼으라는 등 국정원이 국정홍보에 관여하라고 발언한 것과 관해서는 "국정원에 홍보부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정원 직원 몇명이서 홍보를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청와대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의 언론보도가 많이 보도된 것을 지적한 부분에 관련해서는 "편향보도를 챙기라는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6월 전부서장회의에서 대학교수와 전교조 측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것을 지적하고 "우리(국정원)가 앞장서서 정리해야 한다"며 "보다 더 분발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부서장 회의에 앞서 실무진이 마련한 문서를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장이 "피고인은 전 부서장회의에서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누가 작성한 것을 읽었나"라고 물었고, 원 전 원장은 "대부분 그랬다"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회의에서 자신이 한 모든 발언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일반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증인으로 신청한 국정원 직원이 의도적으로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내파트에 근무하건 박모씨가 증인 신청한 후에 해외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며 "증언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씨의 증인신문사항을 국정원이 확인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조회신청을 함께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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