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대기업집단의 문어발 경영이 더 확장되고, 금산결합도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재계 63위(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대기업의 계열사는 4개 늘었다. 12개가 편입되고 8개가 제외된 결과다.
그러나 제외된 8개사중 절반인 4개사는 흡수합병된 것.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거나 알짜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등 우회적 이득을 거두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보유지분을 전량 소각하거나 청산한 곳은 4개가 유일하다.
반면,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대기업집단이 회사설립, 지분취득 등을 통해 새로 들인 계열사 총 12개로 골프장 운영업(삼성), 경영컨설팅업(두산), 식자재 통업(CJ) 등 다양하다.
주력 사업 외 분야에서 발을 넓히는 '문어발식' 경영이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000830)이 지분 80%를 취득한 서울레이크사이드(골프장 운영업체)나 효성그룹 광주에이치비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국내 최다 골프장과 홀을 보유하게 됐고, 김연아의 전 소속사로 잘 알려진 효성그룹 스포츠마케팅 업체
IB월드와이드(011420)는 방송프로그램 제작·판매업체(광주HB)까지 신설했다.
이들 그룹의 총 계열사는 1688개사. 1개 집단당 평균 약 2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순위 TOP12. 빨간색이 짙을 수록 계열사 수가 많다.(자료 출처=공정위)
재계 10위(삼성·한전·현차·LH·SK·LG·롯데·포스코·현대중·GS) 그룹이 보유한 평균 계열사 수는 두 배 가까운 53개다.
SK가 83개로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 GS(79), 대성(76), 삼성(75), 롯데와 CJ(74개) 등의 순이다.
이들 그룹의 계열사 구조를 보면, 금산분리도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금산결합을 약화하려는 사회적 바람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6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 지난달 2일에는 비(非)은행 금융 지주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법·제도적 개선이 잇따랐지만, 법망은 아직 허술하다.
재계 63위 기업집단의 계열사 1688개사중 146개는 금융사다.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은 미래에셋과 교보생명보험, 농협 등 몇 곳 안 되지만 전체 계열사중 금융사의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이들을 포함 7개나 된다.
재벌그룹의 금산결합이 문제시 되는 이유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잠식하면서 자본의 횡포, 불공정 거래의 만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에셋(65%), 교보생명보험(54%), 농협(42%) 등 세 곳 외에도 대우조선해양(32%), 현대(24%), 두산(22%), 태광(21%), 동부(20%) 소속 계열사는 5개중 하나 이상이 금융업체인 꼴이다.
현대중공업(19%)과 삼성(17%), 한화와 KT(각각 16%)도 전체 계열사의 15% 이상이 금융사다.
재벌그룹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총수의 '전사'적인 수익 창출에 용이할 수 있도록 얽히고 설켜 있는 것.
반면, 공기업집단은 한국전력공사(24)와 한국철도공사(11)를 제외하고는 계열사 수가 모두 한자릿대다.
토지공사가 5개, 지역난방공사 4개, 도로공사와 인천도시철도공사,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각각 3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가스공사와 수자원공사, 석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부산항만공사는 각각 두 개씩 보유하고 있다.
한편,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포스코와 KT는 빠르게 재벌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은 현재 각각 47개와 57개의 계열사를 거느릴 만큼 몸집을 불렸고, KT의 경우 금융사 9개를 보유하는 등 재벌계의 문어발식 확장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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