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 중 하나는 '책임'이다.
배와 승객을 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1차적 책임과 함께 구조과정에서의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낸 정부의 책임, 안전불감증에 젖어있던 사회적 책임.
그와중에 행정부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사과한마디 하지 않았다가 사고발생 한달이 넘어서야 눈물까지 보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짜낸 '대통령의 책임'까지.
안타까운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통령과 정부가 뒤늦게 책임지기 위해서라며 벌이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무책임한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뒤늦게 눈물과 함께 내 놓은 해결책 중 하나는 안전행정부의 분해와 해양경찰 해체 등 안전관련 부처의 재정비와 교육과 사회, 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신설하는 등의 정부조직개편이다.
이른바 국가개조라는 목표를 걸고 그 세부과제로 관료개혁을 시작하려는 시도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 방향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육부총리의 신설은 의사결정 과정만 복잡하게 만드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 문화 등의 이질적이고 폭넓은 전문영역의 정책을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래부터 국가예산과 경제정책조정기능까지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부총리로 승격된 후 여러가지 문제와 부정적 결과물을 내 놓은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방식이라면 교육부총리의 역할은 과거정부에서 있었던 것과 같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총리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던 이른바 책임총리를 더 무책임하게 만들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미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스타일 때문에 사실상 책임총리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것이 현재 총리자리인데, 여기에다 교육사회문화분야까지 따로 떼어낸다면 총리직은 그야말로 '핫바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개편에 앞서 현재의 정부조직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상 각부의 장인 장관이 각 부처의 일을 책임지는 것이고, 그 각 부처간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국무총리의 역할이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의 직제를 봐도 각 중앙행정기관의 지휘·감독, 정책의 조정, 사회위험·갈등관리, 정부업무평가, 규제개혁 등을 하도록 역할분담이 돼 있다.
또 각종 차관회의와 장관급회의가 수십개에 달하고,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까지 포함하면 정책조정의 기능을 수행할 행정절차는 지금도 충분하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장관의 행정을 감독할 권한이 있고, 국무총리는 장관의 행정을 감독할 권한이 있다. 다만 그 사무를 위임하기 위해 부총리를 둘 수 있도록 돼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행정감독권한을 국무총리에게, 그리고 부총리에게 하나씩 내려놓는 순간 책임도 내려놓는 것이다.
국민들은 책임 있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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