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TV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지난달 22일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가 도쿄 본사에서 열린 경영 전략 설명회를 통해 밝힌 단호함이다.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도 한때 세계 TV시장을 호령하던 소니의 자존심은 여전했다.
소니가 UHD TV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활의 관건은 콘텐츠에 달렸다. UHD TV의 핵심인 ‘콘텐츠’를 특화된 UHD 방송장비와 TV부문 자회사, 콘텐츠 자체생산 등 소니만의 특장점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소니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UHD TV시장) 판매량이나 점유율 측면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UHD 촬영장비와 자체 제작 콘텐츠에서 강점을 보이는 소니 입장에서는 UHD TV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 주요 TV제조사들의 최근 3분기 전 세계 UHD TV 시장 점유율(자료=디스플레이 서치)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분기 소니의 글로벌 UHD TV 점유율은 9.8%로 전분기 18.2%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순위도 1위에서 5위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같은 기간 2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LG전자(066570)도 10.6%를 기록하며 소니를 앞질렀다.
추세를 보면 소니의 ‘추락’이 확연하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23.2%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던 소니였다. TV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LG의 뒷심이 발휘됨과 동시에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 이뤄지면서 소니의 점유율이 급락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기존 TV시장으로의 회귀로 보이는 이 같은 변화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는 이도 많지 않다. 오히려 UHD TV를 좌우하는 콘텐츠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히 UHD TV시장의 원동력인 콘텐츠에 있어 소니의 자체생산 능력과 전문장비 등 특화된 강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소니는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에게 TV시장의 왕좌를 넘겨주며 쇄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약 1조3000억원 적자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TV사업 부진으로 꼽히며 PC사업에 이어 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한 소니의 대답은 간결하다. 간판을 접을 수 없다는 것.
소니는 다음달부터 TV사업부를 ‘소니 비주얼 프로덕츠’라는 이름을 단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UHD TV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선도적으로 축적해온 UHD 관련기술도 힘이 된다. 디지털 TV 도입 당시 한 발 늦은 대응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에 패권을 넘겨줬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소니의 설명이다.
실제 소니는 UHD TV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성한 유일한 기업이다. TV 완제품은 물론 자회사인 소니 픽처스와 TV제작사를 통해 콘텐츠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또 UHD 촬영장비 및 프로젝터 기술은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달 개최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포츠 중계를 소니 4K 카메라로 촬영하는 점은 스포츠에 특화된 UHD TV에서 확실한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촬영된 경기 자체에 대한 채널 분배권은 FIFA에게 있지만 이 같은 협력을 통해 향후 소니 UHD TV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로 추가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KBS 이종옥 기술본부장(왼쪽)과 오니시 토시히코 수석부사장(오른쪽)이 국내 4K/UHD 콘텐츠 제작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모습(사진=소니 코리아)
최근 MBC, KBS와 맺은 UHD 관련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내 TV 제조사가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기근에 시달리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소니 관계자는 “TV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킨다는 건 그만큼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단순한 하드웨어 완제품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와 촬영장비, 기술 등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기업인 만큼 UHD TV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에게 TV시장의 패권을 빼앗긴 뒤 내리막길을 걸어온 소니의 TV사업이 착실히 다져온 UHD 콘텐츠를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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