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전재욱기자] 검찰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73·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16일 체포영장이 아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회장에 대해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회장은 검찰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늦은 오후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병 미확보 피의자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 이례적
이에 따라 검찰은 장남 대균(44)씨와 마찬가지로 유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거나 재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택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해 소환조사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체포는 초기 단계에 조사가 필요할 때, 구속은 조사가 마무리 된 단계에서 쓰는 개념"이라면서 "혐의가 거의 확실해서 소환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도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을 때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변호를 많이 하는 한 변호사도 "소환통보에 불응하면 도주의 우려가 커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면 피의자가 겁이 나서 도망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법원이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 열심히 수사했고 기록에 저희 노력이 다 담겨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검사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의 일정을 잡은 뒤 유효기간 7일의 구인영장을 발부한다. 구인장은 영장실질심사 일정과 상관없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일 전에 강제구인 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
만약 유 전 회장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면 법원은 구인영장을 재발부 할 수 있지만, 유 회장의 경우 곧바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찰, 신병확보 부담에 '공' 넘겼나
한편, 유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부담을 느낀 검찰이 법원에 '공을 넘긴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유 회장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종교시설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 앞에는 약 1000명의 신도들이 운집해 유 회장의 강제구인에 대해 '종교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유 회장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검찰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채널을 가동하며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유 회장은 소환에 불응했고 검찰은 이렇다 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그동안 유 회장은 과거 오대양 사건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돼 곧바로 구속된 경험을 돌이켜 검찰의 작전을 읽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균씨의 경우도 소재파악을 못하고 소환통보를 했다가 나오지 않자 뒤늦게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도주한 뒤였다.
외국에 있는 측근이나 자녀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대균씨에 이어 유 회장 마저 검찰소환을 무시하면서 '검찰 무능론'도 머리를 들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는 이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검찰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우선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지정하면 유 회장으로서는 검찰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는 법원까지도 상대해야 한다. 물론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이마저 불응한다면 유 회장은 '사법부까지 무시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게 된다. 선원들의 기소로 주춤하고 있는 성난 민심이 유 회장을 향해 폭발할 수 있다. 검찰은 그만큼 부담이 줄 수 있다.
◇법원, 유 회장 출석 관계 없이 영장발부 가능
게다가 구속영장 발부는 피의자의 소명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유 회장의 혐의에 대해 검찰 뿐만 아니라 최종 판단기관인 법원도 유 회장의 혐의를 상당히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체포영장과는 달리 구속영장의 발부는 혐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받게 되면서 검찰은 시간을 벌수 있다. 유 회장이 소환에 불응한 이날은 금요일로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이 이어지면서 유 회장이 은거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금수원 본원은 예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틀간 강제집행을 할 수 없더라도 새 주가 시작되면 언제든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 "법관의 구속 전 심문 절차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무고한 신도들의 등 뒤에 숨어있지 말고 법정에 출석해서 본인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등 형사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하라"고 유회장에게 사실상 마지막 통보를 전했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전 세모그룹 회장, 사잔=YTN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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