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한 검찰이 15일 선장 이준석씨와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을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한 데는 '승객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가 곧 침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아 탑승객 281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8시52분 배가 완전히 정지한 후 제주해상관제센터(VTS)에 '지금 배 넘어갑니다'며 구조요청을 했다.
선원들이 위험을 감지한 순간이었다. 제주VTS도 세월호에 퇴선을 준비하라고 교신했다.
그러나 선장 등은 객실에 '선내 대기'를 되풀이했고, 자신들은 갑판으로 올라와 구조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고 박지영씨가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했다.
진도VTS로부터 구조단정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는 교신을 단절하기도 했다.
구명뗏목 등 구호장비를 이용해 승객을 대피시키지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명벌 수용인원이 (승객보다) 훨씬 많아서 다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 123호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고 이들은 차례로 세월호를 빠져나갔다. 세월호는 10시10분 전복됐다.
검찰은 선장과 항해사 등이 약 80분 동안 보인 행동에 비춰 살인의 죄를 묻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선장 등이 세월호가 결국 침몰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봤다. 세월호가 증·개축을 거치면서 복원력이 약해졌고, 고박이 허술해 화물이 쏠리면 위험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하고 퇴선할 때까지 승객 대피·퇴선명령을 내릴 충분한 시간적·물리적 여유도 있었다.
검찰은 선장 등이 구출된 152명도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생존자들이 해경에 구조된 것은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피해자 152명이 사망할 것을 알면서 배에서 내렸고, 피해자들이 해경에 구조되면서 사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선장 이씨에게 특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최선을 다해 입증하겠지만 입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처벌 안될 수도 있다"며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예비적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하의 속옷 입은 남성)가 지난달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 검경 합수부는 이 선장과 1·2등항해사, 기관장 등 4명을 살인죄로 15일 기소했다.(사진=서해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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