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논란, 9년만에 '해결' 국면
2005년 황유미씨 백혈병 진단 후 무려 9년..삼성 "늦어서 죄송하다"
2014-05-14 11:50:53 2014-05-14 16:28:45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무려 9년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논란이 삼성의 공식사과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또 삼성전자가 피해자 보상을 약속한 것도 전향적 태도로 평가된다.
 
권오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14일 서초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했거나 난치병에 걸린 직원들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공식사과와 함께 적절한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 소송 관여를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올림, 피해자 가족들이 제안한 문제해결 방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은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측에서 제3의 중재기구와 보상금액 등을 정해면 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구제결의안' 추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재기구 설립을 통한 보상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11일 심 의원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구제결의안'을 삼성전자에 공식 전달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4일 이인용 현 팀장의 전임자인 김준식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마련 등을 제안 받고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부터 한 달여만에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수용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피해자 문제는 지난 2005년 6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직원인 고(故)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9년간 논란이 지속됐다. 2년 뒤 황유미씨가 끝내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이 발족되기도 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9년 만에 대응에 나서게 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재차 표명했다. 그는 "진작에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안전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다. 
 
다만 논란의 근원이었던 반도체 사업장과 백혈병 간 인과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이인용 팀장은 반도체 공장와 백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런 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해당 문제는 중재기구 등을 통해 규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용 팀장은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측에서 제안한 내용에 대해 14일 김준식 부사장이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오늘 권 부회장을 통해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제3의 기구 설립에 대해 혼선이 있었는데 일부 정리가 됐고, 반올림 측에서도 중재기구에 반올림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갑작스런 전향적 태도를 두고 긍정적 평가가 주를 잇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배경에 대한 의심스런 눈초리도 제기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사업장의 안전문제가 계속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부담이 배가됐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이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재용호 출범 전에 악재들을 미리 털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주장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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