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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 4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최고 46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토마토>가 9일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년도 사업보고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집행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513억원.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23%로 지난 2012년(0.2%)보다 19억원 늘었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0.1%인 458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전년(434억원)보다 24억원 늘어난 규모다.
S-Oil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0.04%인 109억원이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4사 통털어 가장 낮은 33억원(0.01%)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하는 데 그쳤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122억원, 105억원 등 1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는 전년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포트폴리오 다양한 SK이노베이션, 연구개발비 1위
정유사별로 연구개발비 격차가 벌어진 주된 요인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로 요약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사업 이외에 정보전자소재 등 경쟁사들에 비해 사업군이 다양하다. 이에 따라 연구소도 에너지, 윤활유, 화학, 첨단소재, 촉매·공정, 배터리 등 6개 분야로 세분화됐다.
특히 최근 들어 고삐를 바짝 쬐고 있는 정보전자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연구개발비 증가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독자 전극 분리막 제조와 공정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독일 다임러 그룹의 미츠비시 후소 하이브리드 트럭 및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 슈퍼카,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 국내 최초의 전기자동차인 블루온, 상용화된 전기자동차 레이, 쏘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가시적 성과들을 내기 시작했다.
이밖에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회로기판의 핵심소재인 연성회로기판 소재(FCCL)와 편광판의 주요소재인 광학필름(TAC) 등을 개발, 양산체제를 갖추는 한편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보전자소재사업,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이 본격화되면서 연구개발 비용도 늘어 2008년 당시 791억원에서 지난해 1513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기존 제품의 성능 강화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와 함께 차세대 신제품 개발, 신소재 개발 및 적용, 제품 적용 분야 확장 등을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본업에 충실한 연구개발
반면 경쟁업체들은 정유와 석유화학 등 주력사업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부설연구소 형태의 GS칼텍스 기술연구소를 두고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등의 제품, 공정에 대한 연구와 첨단기초소재, 환경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S-Oil은 촉매연구팀과 연료연구팀 등 연구개발 담당조직을 이원화했다.
연구개발비가 업계 최저인 현대오일뱅크는 기술개발팀, 기술전략팀, 공정기술팀 등 3개 팀이 주축이 돼 중앙기술연구원을 운영 중이다. 기술개발팀은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 촉매 최적화, 폐기물 자원화, 그린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상용화 제품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전략팀은 개발된 연구과제의 사업 추진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공정기술팀은 공정 개선과 효율화 연구를 맡는 등 유기적 협력 체제를 갖췄다.
다만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근 3년간 내리 감소했다. 지난 2011년 122억원(매출액 대비 0.1%), 2012년 105억원(0.1%), 2013년 33억원(0.016%)으로 해마다 줄면서 경쟁 업체들과 대비를 이뤘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대폭 축소한 것과 관련해 BTX(벤젠·톨루엔·자일렌)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유업이 대규모 설비 중심인 탓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다른 제조업 대비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012년 제2 BTX 완공 전후로 촉매와 화학물질 개발이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한 것"이라면서 "향후 혼합자일렌(MX) 사업에서 롯데케미칼과 합작사업이 본격화되면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게 돼 향후에는 증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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