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환형유치제도에 대한 개혁을 추진한다.
대법원 측은 환형유치제에 대한 모순점을 해결하고 국민의 법감정에서 용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역 일당뿐만 아니라 현재 ‘1일 이상 3년 이하’로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유치 기간도 변경되는 등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측은 이같은 내용을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수석부장판사 회의에서 집중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1~22일 양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법관 워크숍에서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벌금형 환형유치금액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형사부 법관들은 올해 1월1일부터 기소된 사건부터 물가상승과 평균 일용노임 변화 등을 고려해 환형유치금액을 1일 1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양형연구회(위원장 최종두 부장판사)는 이날 벌금형의 환형유치금액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우선 법정 노역장유치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벌금액수가 1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환형유치금액을 1일 10만원으로 통일하고, 1억원을 넘는 경우에는 벌금 액수를 3년에 해당하는 일수로 나눠 단수처리해 환형유치금액으로 정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환형유치금액 한도를 1일 일정한 금액으로 제한하고 벌금액수가 많아 3년간 노역해도 완납하지 못할 경우에는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검사가 벌금으로 집행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벌금액이 많은 경우라도 상한을 정해 일정금액을 넘지 않도록 환형유치금액액을 정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양형연구회는 이를 바탕으로 환형유치금액의 적정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적정 기준 설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환형유치제는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못하는 범죄자에게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도록 하는 제도로, 경제적 궁핍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러나 조세포탈 등 특경가법 위반 사범과 벌금액이 고액일 경우 형법상 3년 이하로 제한된 노역장 유치기간 때문에 일수에 맞춰 일률적으로 노역일당을 정하는 바람에 상대적 불균형이 생겨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일반 노역장 유치 범죄자의 경우 노역일당이 5만원으로 산정되지만, 최근 ‘황제노역장 유치’로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은 벌금 249억원 미납으로 노역일당이 5억원으로 산정돼 1만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특히 재벌들에 대한 노역장 유치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2008년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으면서 노역일당이 1억1000만원으로 산정됐었다.
비슷한 예로 SK텔레콤 손길승 명예회장은 1억원, 부영 이중근 회장은 1500만원, 두산그룹 박용오 회장 1000만원이 노역일당으로 산정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허 회장은 특경가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받고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허 회장은 포탈한 세금과 벌금 등 634억원을 내지 않고 해외로 나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에서 초호화 생활을 한 뒤 귀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허 회장이 내지 않은 벌금은 249억원으로, 항소심이 정한 노역장 유치기일 50일에 따라 이 기간 동안 광주교도소에서 청소 등의 일을 하면 벌금납부를 면하게 된다.
대법원은 수석부장판사회의와 서울중앙지법 양형연구회 논의 결과 등을 종합해 조만간 환형유치제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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