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때 아닌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동부제철이 내놓은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은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오는 2015년까지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포함해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당진항만, 동부특수강 등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산업은행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패키지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정식으로 포스코에 인수의향서를 보낼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8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과 관련해 포스코에 인수의향서를 보낼 예정”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매물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오른 것은 국내 철강업계 1위의 맏형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출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철강사기 때문이다. 패키지 매각 규모는 인천공장 1조2000억원, 발전당진 4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사진=동부제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포스코는 인수에 신중한 모습이다.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솔직한 속내는 불쾌감이다.
지난달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데다, 포스코도 자체적으로 계열사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 수년간 철강업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만큼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신규 투자 등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안정화 방침을 낳았다.
권오준 신임 회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에서 “전임 (정준양)회장께서 꿈과 포부가 많아 현재 수십 개의 사업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면서 "면밀히 검토해 경쟁력과 시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에 대한 우회적 비판과 함께 당분간 양적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는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준양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2009년 36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 70개사로 대폭 늘었다. 철강업 본연의 경쟁력을 제고치 않는 공룡으로 변모했다. 이후 해외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방만하다는 안팎의 지적이 잇따르자 계열사 감축 작업에 돌입했다.
정 전 회장에 이어 제8대 포스코 회장에 오른 권오준 회장도 취임 전후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챙겼다. 신임 회장에 내정된 지난달부터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을 구성하고 각 계열사들로부터 프로젝트별 추진 여부를 검토했다. 이는 곧 조직개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올해 투자규모도 크게 줄였다.
포스코는 올 초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3조7000억원(단독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4조3000억원보다 약 14%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지난해 84.3%에서 올해 76%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미 여러 차례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긋에 주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산업은행은 여전히 포스코가 인수자로 나서주기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금껏 포스코는 국내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포스코를 여전히 정부의 통제권 하에 두고 있다는 인식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이 국내기업 중 포스코에만 인수의향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나온 매물들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인천시장 선거도 맞물려 있어 인천 지역의 현안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문제가 더욱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뚜렷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것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중국 1위 철강사인 바오산 철강이 지속적으로 동부제철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바오산 철강은 지난해 12월 설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채권 및 대출 등을 통해 5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바오산철강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해외매각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국내 철강기술 유출에 대한 부담과 함께 인천공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철강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연간 45만톤의 칼라강판을 생산하는데 시장점유율이 칼라강판 1위인 유니온스틸과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바오산 철강이 이를 인수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국내 칼라강판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 또한 높다.
업계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작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 철강사의 본격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기업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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