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소득 불균형, 무명 연예인 벼랑으로 내몬다
2014-03-12 14:31:05 2014-03-12 14:45:26
◇지난 2001년 배우 우봉식이 출연했던 고추장 CF의 한 장면. 생활고를 겪었던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진캡처=해당 CF)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화려하게만 보이는 곳이 연예계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KBS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KBS 전체 출연자에게 지급된 출연료의 약 60%를 상위 5% 출연자가 가져갔다. 연예계의 소득 불균형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연예인으로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것은 일부 스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연예계 소득 불균형의 실태를 살펴봤다.
 
◇‘억 소리’ 나는 톱스타 몸값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회당 출연료를 얼마나 받을까.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연은 5000만원 이상, 주연급 조연은 2000만원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류스타로서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스타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A라는 연예인이 있다고 치자. A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진 한류스타다. 드라마 제작사들이 한류스타를 선호하는 이유는 해외 판권 수출을 통해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한류스타 프리미엄’을 받은 A는 20부작 미니시리즈를 회당 1억원에 계약했다.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뒀고, A에겐 국내외의 각종 CF 출연 제안이 밀려들었다. A는 자신의 이미지에 득이 될 CF를 고르고 골라 스무 편의 광고 계약을 맺었다. 한 편 당 10억씩 모두 200억원이다.
 
한류스타니 국내에만 있을 수는 없다. 총 열 차례의 해외 방송 출연 및 팬미팅을 진행한 A는 회당 5억씩 50억의 수입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불과 몇 달 사이 A가 벌어들인 돈은 총 270억원이다. 소속사 측과 약속된 비율로 이 돈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A의 손엔 일반 직장 근로자가 평생 벌어도 모으기 힘든 돈이 쥐어진다.
 
◇무명 연예인 수입은 ‘제로’..택시 운전-일용직 노동 등으로 생계 유지
 
하지만 이와 같은 스타는 극히 드물다. 연간 수입이 ‘제로’인 무명 연예인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명 연예인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얼굴을 비출 기회를 잡는 것조차 힘들다. 1년 내내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기회를 엿보지만, 작은 배역마저도 대형 기획사의 신인들에게 돌아가다 보니 무명 연예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 톱스타의 드라마 출연 조건으로 같은 소속사 신인급 연기자의 출연을 내거는 ‘끼워팔기’가 여전히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돈 없고 백 없는’ 무명 연예인들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연기 활동으로 별다른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무명 연예인들은 결국 다른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택시 기사, 일용직 노동, 카페 아르바이트, 야채 장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어느 중견 연기자의 고백이다. 오랜 기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던 그는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떼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일부 스타들에 국한된 얘기”라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연예인들이 훨씬 많다. 기획사의 경우도 일부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면 회사가 돌아갈 만한 수익을 내고 있는 기획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생활고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도..‘스폰서’ 유혹도 있어
 
지난 11일 배우 우봉식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활동했던 그는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후 섭외가 끊겨 생활고을 겪었고,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해야 했다. 신경정신과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온 그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2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아율과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수진 역시 생활고를 겪은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 정아율은 당시 스물 다섯 살이었고, 김수진은 서른 여덟 살이었다. 한창 일을 해야할 젊은 나이였지만, 연예계의 극심한 소득 불균형이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부 여성 연기자들의 경우엔 ‘스폰서’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일부 여배우들에겐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재력가들의 은밀한 제안이 올 때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자로서 지금 당장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올리더라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예인이 정규직 노동자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언제 인기가 떨어지고, 언제 섭외가 끊길지 모른다. 다른 직업에 비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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