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제조사들이 울트라북을 내놓을 때마다 너도나도 경량화를 내세우며 일관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그램'을 내놨다. 때문에 '그램'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도 '가벼우면 얼마나 가볍겠냐'는 다소 시큰둥한 선입관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왠걸. 정말 가볍다. 손가락 두 개만으로 노트북이 들어진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다. 실제 LG 울트라북 그램은 13인치급 울트라북 중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정확한 무게는 980그램. 테이크아웃 커피 두 잔 정도의 무게다.
◇LG전자의 '그램'은 980그램으로 울트라북 중에서 가장 가볍다.(사진=LG전자)
'노트북 본체는 슬림한 대신 전원 케이블은 무거운 거 아닐까' 라는 의심을 잠시 가졌봤으나 이마저도 가볍다.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와 비슷하다.
덕분에 그램을 사용하는 기간 핸드백을 들고 출퇴근할 수 있었다. 4년 만이다. 평소 기자라는 직업 특성 상 들고 다니는 짐이 많은 탓에 백팩이나 큰 노트북 가방을 부여메고 다녔는데 이것들과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램은 큰 사이즈의 클러치백에도 무난히 들어간다. 24시간 노트북과 떨어질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무척 유용하다. 그램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노트북을 열어봤다. 전원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부팅된다. 일반적으로 노트북 커버를 열고 부팅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너무도 편리했다. 부팅 시간도 5초로 매우 짧다.
빠른 부팅보다 더 유용한 것은 '리더모드' 기능이다. 하루에 노트북을 12시간 넘게 사용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강구한 나름의 방법이 화면 밝기를 다소 어둡해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램은 리더모드로 설정하면 눈의 피로를 야기하는 블루라이트를 줄여준다. 'Fn + F9'를 누르면 리더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전환하면 화면은 다소 누런 종이 느낌이 난다. 일반 종이책을 읽는 것처럼 편하게 볼 수 있다. 소비전력 또한 30% 감소한다고 한다.
◇현재 어떤 기능키가 활성화 됐는지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판별할 수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대소문자, 터치패드 활성, 와이파이 활성 등 기능키를 사용하면 키보드에 불이 들어온다.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지 인식하기 용이했다.
다만 노트북으로 주로 문서 작성을 하는 사람에게는 키보드가 불편할 수 있다. 워드 작업 시 자주 사용하는 End와 Home키를 매번 Fn키와 함께 눌러야 한다. 또 Delete키가 전원버튼 옆에 있어서 가끔 잘못 누르는 일도 발생했다. 적응까지는 기존의 습관이 짐이 될 수 있다.
그램은 1920x1080 풀HD 광시야각 178도 IPS 패널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어느 각도에서 화면을 봐도 색이 왜곡되거나 글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모니터 반사가 심해서 햇빛이 강한 곳에서는 사용이 불편한 것은 단점이다.
무광이라서 지문이 묻지 않지만 몸체가 마그네슘 소재인 데다 흰색이라서 때가 잘 타는 건 흠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생긴 때를 제거해 보려고 했으나 잘 닦이지 않았다.
또 제품 사용 기간 무선랜 연결이 자주 끊기는 현상도 발생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환경의 문제인 줄 알았으나 그램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 노트북은 이동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무선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특히 디스플레이에 줄이 생기는 세로줄 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램이 막 출시됐을 당시 "일부 누리꾼들이 세로줄 현상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악의적"이라며 "증명되지 않았다"고 일축, 가볍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출시 후 논란이 끊이지 않자 2월 이후 출시된 제품부터 세로줄 현상을 개선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 전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무슨 죄인가.
업계 최초로 1Kg 미만의 울트라북을 내놓으면서 기술을 과시한 LG전자. 가벼운 무게만큼 각종 기능도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거나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램은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완벽한 제조기술 만큼이나 소비자 불만에도 귀 기울이는 사후정책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