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갤럭시S5의 흥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판매에 주력하자니 프리미엄 시장에서 쌓은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5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부터 16기가바이트(GB) 버전으로 영국의 온라인숍 클로브와 아마존 스페인에서 각각 600파운드에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우리 돈으로 106만~108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축제 'MWC 2014'에서 갤럭시S5가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기존 갤럭시S 시리즈에 비해 가격이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유럽지역에서 100만원에 넘는 고가에 출고됐다. 이는 '갤럭시S4'가 전 세계 지역별로 650~700달러, 한화로 69만~74만원이었던 것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가격정책이다.
갤럭시S5에는 지문인식기능과 심장박동수 체크, 생활방수·방진 등 첨단기술들이 탑재됐다. 다만 기존에 나온 기능의 조합에 불과해 시장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특별한 기능이 없는 데다 예상보다 스펙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갤럭시S5가 사양을 낮춰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판매를 생각하자면 무작정 고가로 갈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 또한 "현 시점에서 고가 정책은 적잖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종균 무선사업부(IM) 부문 사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5'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앞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부문 사장은 갤럭시S5를 소개하며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했다"며 "스마트폰에 기대하는 본연의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완성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초심으로 돌아간 것은 최근 스마트폰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과시하는 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정작 소비자들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비현실적 기능들을 다량 탑재해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필요 없는 기능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고, 각종 부가기능이 더해지면서 시스템이 무거워지는 동시에 가격이 올라간다"며 "필요한 기능들만 넣어서 이 같은 점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보낸 이 같은 가격 시그널과 달리 유럽에서 여전히 고가에 갤럭시S5가 출시되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국내로 쏠리고 있다. 갤럭시S5는 오는 4월11일 국내시장에 출시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유럽 출고가는 추정가일 뿐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나라마다 제품 출고가가 다르고, 모델별로도 상이하다"며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와 가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5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갤럭시 신화'라고 불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4가 전작인 갤럭시S3에 비해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론이 부각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각보다 갤럭시S4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며 "갤럭시S5가 스마트폰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말하는 '대박'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기능을 탑재하거나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 두 경우를 비춰 봤을 때 삼성전자는 후자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퍼포먼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갤럭시S5가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품 하나를 두고 가격의 유불리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며 "갤럭시S5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기존에 출시한 제품에 대한 가격 조정을 해야해서 번거러움이 있고, 또 앞으로 내놓을 제품에 대한 출고가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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