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주 회동을 앞둔 가운데 두 수장 사이에 어떤 논의가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번 회동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영국이 EU의 이민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다가 연합의 권력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EU의 이민장려정책으로 동유럽인들이 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있으며, 비대해진 EU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부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과 영국은 서로에게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독일은 영국이 EU의 핵심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정부는 공식발표를 통해 "우리는 메르켈 총리의 방문을 환영한다"며 "이번 회동으로 독일을 비롯한 EU가 우리의 요구를 더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캐머런 총리는 빈국 이민자들이 다른 선진국들의 복지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EU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메르켈 총리에게 전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자유이민의 원칙은 지지하지만, 타국의 복지 시스템의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민정책을 악용하는 것은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며 "독일 정부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로이터통신)
독일 정부가 EU에 대해 영국 정부와 비슷한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은 맞다. 메르켈 총리 역시 EU의 관료제나 적대국에 대한 시장경제 방어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캐머런 총리와는 달리 EU의 이민정책은 지지하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EU 협정 조약의 변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EU의 권력은 축소하되 더욱 견고한 통합을 주장하는 독일과 EU를 탈퇴하려는 영국의 제안이 양립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외교정책 전문가는 "이번 회동에서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제3국 입장에서는 영국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영국 정부의 EU 회원국 지위 유지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EU 탈퇴에 찬성하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마추섹 전 독일 대사는 "우리는 영국이 회원국의 지위를 유지하길 바라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며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영국 정부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오는 2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캐머런 총리와의 오찬에 참석한 이후버킹엄 궁전에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차를 마시고 오후 늦게 베를린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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