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진상조사가 시작됐지만 초반부터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51·사법연수원 19기·검사장)은 전날(19일) 조사팀 구성과 향후 조사방향을 개괄적으로 밝혔다.
그는 "예단을 갖지 않는 백지상태에서 조사하겠다. 효율적이고 빠른 절차를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검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즉시 수사로 전환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그 전 단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윤 검사장 스스로도 강조했지만 이번 검찰의 대응은 수사가 아닌 조사다. 조사는 수사가 가지는 만큼의 강제력이 없다.
그는 "강제방법이 없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며 "비선으로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고려치 않고 있다. 법과 정해진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예로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에 나서면서 수사나 감찰이 아닌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후 조사 약 보름만에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되었다"는 애매한 결과를 내놨다. 검찰 안팎에서는 '용두사미', '나간사람 흠집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채 전 총장의 예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민감하다.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 정보기관과 외교부라는 우리나라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행정부처가 대상이다.
그 너머에 있는 중국의 화룡시 중국공안, 심양 주중 한국영사관, 삼합변방검사창 등도 잠재적 조사 대상이다. 모두 '증거위조 사건' 의혹에 중앙에 서 있는 핵심 기관들이다.
국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움은 둘째치고라도 당장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외국기관에 대한 조사가 만만치 않다.
윤 검사장도 "조사를 착수하면서부터 난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런 부분을 해결하면서 진상규명을 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임무"라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상 역시 중국 기관이다.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중국 기관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더 나아갈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관 입장에서도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이미 확인한 사실을 두고 재확인하자는 우리 검찰측 조사를 달갑게 볼 입장은 아니다.
검찰 조사팀도 이 문제가 가장 부담스러운 눈치다. 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 검사장도 "중국 기관과 협조가 되지 않아 조사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가 있어서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과의 관계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조사팀은 수사단계부터 기소후 공판기록을 받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항소심 공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재판을 연기함 없이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조사팀도 법원의 소송진행과 조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대사관이 '위조된 증거'라고 확인을 한 이번 문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을 하든 안하든 진상조사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오더라도 검찰로서는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조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는 검찰이 소위 '문을 닫을' 지경까지 내몰리게 되겠지만, 설령 위조가 아니거나 착오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더라도 소송에서 제때 대응을 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이끌어내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도 문제가 남아있다. 이번사건의 당사자인 유우성씨는 지난 1월 재판증거를 위조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당국의 '성명불상자'를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유씨를 조만간 소환조사 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씨의 고소사건을 검찰로 합칠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고려 중이다.
한편, 국정원이나 외교부측 사정 역시 검찰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두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이들 중 누구라도 뒤로 빼거나 진상규명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여론의 집중적인 의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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