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유미기자] #1. 일요일이던 지난 9일 오후, 느긋하게 휴일을 보내던 증권사 직원 A씨에게 금융감독원이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개인정보 유출건에 관련된 자료 2~3건을 제출해달라는 요구였다. 사안이 중대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휴일에까지 이렇게 업무협조를 요청하는 게 불쾌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2. 한 대형은행의 감사팀 직원인 B씨도 지난 9일, 금감원의 자료제출 요구 문자를 4건이나 받았다. 역시 IT시스템에 대한 자료요청이었는데, 이런 요구는 지난 주말인 16일에도 이어졌다. 어차피 월요일 출근을 해야 챙길 수 있는 일인데, 감독당국이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이런 요구를 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등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의 금융회사에 대한 정보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 직원이 휴일에 업무 협조 문자를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감사팀 부장은 19일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금감원 IT감독국의 자료 요구가 휴일도 가리지 않고 날라오고 있다"며 "어차피 자료를 취합하는 작업은 월요일 출근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적인 고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직원들이 휴일에도 업무 협조 요구를 받는 배경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금감원이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부터 정무위원회의 국정조사를 받고 있고, 안전행정위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 관련 상임위의 청문회도 예정돼있다. 최수현 원장은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출근을 하고 있고, 부원장보 이상의 임원들도 거의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IT감독국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주말에도 자료요구서를 보내는데 일을 빨리 처리하려면 주말에 자료 요청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 직원들도 평소 새벽 2~3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풀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최수현 원장이 금감원 신입 직원과 함께하는 저녁자리에서 주말 출근은 필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동양사태, 카드 고객 정보 유출 사태 등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금감원 직원의 휴일 출근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인 CPC(Central Point of Contact) 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금감원이 자료를 요청하면 CPC를 통해 문자가 보내지면서 CPC 담당자가 주말에도 업무 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이어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구가 늘어나고 있고, 자료 작성 부담이 금융사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총무팀 직원은 "국회의원 요구자료는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재촉 전화가 빗발친다"며 "지난주 금요일에는 100쪽이 넘는 자료 작성을 마치느라 밤 늦게까지 야근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는 개인정보를 아웃소싱하는 업체에 대한 자료를 설 연휴 직후 제출해달라고 연휴 이틀전에 요구하기도 했다"며 "정보 유출 이슈와 관련해 평소보다 많은 정보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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