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6년 2개월 만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끝나면서 오는 20~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남북 대표단은 12일 2번의 전체회의와 2번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격의 없이 교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다.
사전 의제 설정 없이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접촉을 이어간 양측은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13일 0시 10분쯤 빈손으로 회의를 종료했다.
(제공=통일부)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접촉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대해 북측에 충분하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특히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가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임을 강조하면서, 우선 남북 간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상호 비방중상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 이른바 '중대제안'을 우리 측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해 논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우려했던 대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와 한미 연합군사훈련(24일 시작) 일정이 이틀간 겹치는 걸 빌미로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당장 목전에 닥친 상봉에 비상등이 켜진 양상이다.
이에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견지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이산가족 상봉 성사를 넘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얘기도 오가는 것 아니냐던 장미빛 기대는 북측의 몽니와 우리 측의 대북 원칙론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산산히 부서진 셈이다.
통일부는 접촉 종료 이후 "남북은 오늘 논의된 사안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의 향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성사 여부에 대해 "반반이라는 아주 확률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폭설을 내린 점을 지적했다.
남 교수는 13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런 상황에서 북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음으로써 눈 등 여러 가지 기상 여건을 들어 혹시 연기가 되지 않느냐는 걱정이 일단은 앞서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20일까지 일주일이 지금 남아 있다"라면서 "아직은 긍정도 부정도 않은 상태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총력을 다하고 북측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펴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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