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6.4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권은 출마 후보를 놓고 고심이다. 특히 지방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후보 경쟁력이 야당에 다소 밀리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연말 당내서 후보로 거론되자 단박에 일축했다. 이어 올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마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차출론'을 놓고 친박계 홍문종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완강했던 정 의원의 태도가 지금은 확연히 변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1일 열린 정병국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처음으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아 중요한 선거"라며 "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그야말로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방미 일정을 마치고 3일 귀국한 정 의원은 "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 당의 견해를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겠다"라고 적극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또 이날 오후에는 "출마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여러분들의 의견을 더 듣겠다"라고 말했다. 발언의 뉘앙스를 보면 출마 가능성에 한층 더 다가간 언급이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News1
정 의원이 시장 출마를 놓고 '심경의 변화'가 온 것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실제 당선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이 처음에는 불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정 의원은 단박에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서울을 기반으로 대권도전에 한층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서울시장 출마가 도움이 된다고 정 의원이 판단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정 의원은 여권 주자로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줄곧 1위를 고수했다. 40%대를 유지하는 당의 지지도 역시 든든한 자산이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 주류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실제 당내에서 정 의원을 많이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재철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경쟁력 있는 중진으로 뽑히는 의원"으로 정 의원을 거론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했다. 지난 2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안팎에 훌륭한 인물들이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출마를 요청한 바 있다.
당내 분위기가 이렇다면 정 의원으로서는 설사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당이 어려울때 몸사리지 않고 나섰다'는 명분을 쥘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정 의원으로서는 이기면 '대박'이고 져도 차기 대권도전 과정에 중대한 명분을 쥘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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