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상속소송 항소심 선고를 보름여 앞둔 14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돌연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소를 취하하며 재차 화해를 청했다.
삼성의 경영권이 아닌, 가족관계의 정상화를 바란다는 게 그의 메시지다. 삼성가 장자로서의 바람을 전하는 데 주력하며, 여론전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이 전 회장 측은 "삼성 경영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며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대신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했던 청구 부분은 그대로 뒀다. 선대회장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인지 여부는 애버랜드에 대한 소 취하와는 상관 없이 별도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는 셈이다.
현재 상황만으로는 두 사람 간 전격적인 화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가다. 여전히 이 회장에 대한 소송이 유지되고 있어 '조정'이 자칫 금전적 합의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이는 이 회장의 그간 입장에 비쳐볼 때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이 회장 측 대리인도 '화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리인은 우선 화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뒤 "판결 결과를 떠나서 가족 차원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개인적인 소송에 관계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은 "소를 제기한 사람이 먼저 취하하는 것이 순서"라며 강경함을 유지했다. 특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등 이 회장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며 "계속해서 여론전을 펴는 데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항소심 선고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16일. 그간의 '법정공방'은 제쳐두고라도, 두 번이나 청한 형의 화해를 이 회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은 이번 상속분쟁의 결말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일 삼성그룹 사장단 신년 만찬에 참석하는 이건희 회장.(사진=ⓒ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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