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새해 첫 화두를 '위기'로 설정했다. 전자 등 선두산업은 치열한 각축전 속에 경쟁사들의 추격이 한창이고, 부진한 사업은 더 이상의 시간이 없다며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삼성그룹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건희(사진)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사장단·임원진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 신년하례식'을 개최했다.
이날 하례식에서는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가 영상으로 전달됐으며, 사내 매체인 '미디어 삼성'을 통해 한·중·일·영어 등 4개 국어로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됐다"며 "이런 와중에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 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고 지난해를 총평했다.
그는 또 "지난 한 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면서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산 누출 등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지적으로, 사업장 또한 일류로 만들라는 경고성 주문이다.
이 회장은 "이처럼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를 늘리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뒀다"고 치하도 잊지 않았다.
그는 특히 "5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과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 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평소 경영지론도 또 한 번 역설했다. 핵심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 개척에도 중점을 둬야 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개발(R&D) 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회사와의 상생도 빼놓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협력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라며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그늘진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의 디딤돌이 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 가자"며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자"고 기치를 들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