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세난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과 주택정책을 관장하는 자리에 앉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양대 핵심 방안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와 행복주택이다.
자금이 부족한 세입자를 위해 전세금 증가액을 집주인이 직접 대출받아 채울 수 있는 대출 상품을 만들었고, 수도권 초특급 입지에 젊은이를 위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냈다.
꿈 같은 제도였지만, 시장에 도입한 결과 역시 꿈에 불과한 제도였다.
전세가는 매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 행진 중이고 여름, 겨울 비수기라는 전세시장의 통념마저 깨졌다. 전세시장은 4계절 내내 성수기(?)다.
더운 여름 더 땀을 흘리고, 추운 겨울 한파에 떨며 발품을 팔아야 겨우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현재 상황만 보면 박 대통령과 서 장관의 전세정책은 실패임이 분명하다.
◇전셋값, 사상 최대치..1년 내내 '대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9% 올랐다. 수도권은 8.9% 상승했다. 지난해 전국 4.3%, 수도권 2.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전 정부 때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단순히 상승폭이 커진 게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오른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전셋값은 역대 최고치에 올라앉은 상태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의 경우 9억5000만원 선에 전세매물이 나와 있다. 비슷한 면적대의 전국 평균가는 2억7515만원이다. 한강 이남으로 구역을 좁혀도 5억6184만원 선이다. 반포자이 전셋값으로 수도권 외곽 아파트 2~3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여기서라도 멈춘다면 다행이지만 내년에도 상승세 지속이 점쳐진다.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재편되면서 전세물건이 급격히 줄고 있는 데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축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핵심공약 1.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사실상 용도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자금 투입으로 전세난을 해결하기로 했다. 전셋집 기근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지만 전세 공급을 하루아침에 증가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 것이 목돈안드는 전세대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받아 세입자의 전세금을 채워주는 방식과 보증금의 채권을 은행에 양도하는 방식 2가지로 나뉜다.
그중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인 '목돈안드는 전세제도1'은 이미 사실상 폐기됐다.
국토부는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활성화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금융 혜택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4.1부동산대책에 따라 시행됐지만 11월 말까지 이용자는 단 2가구, 이용액 14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국토부는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받은 경우로 틈새상품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은행의 자율적 운영에 맡기도록 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은행에 보증금 채권을 양도하는 방식의 '목돈안드는 전세제도2'의 경우 1보다는 실적이 양호한 편이지만 이 역시 실적은 410건에 불과하다.
◇핵심공약 2. 행복주택..목동 등 지역주민들 이기주의자로 매도
(사진=뉴스토마토DB)
목돈안드는 전세제도 같은 경우 이처럼 실효성 문제가 발생하면 파기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희생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행복주택과 같은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 이 사업은 발표 초기부터 지금까지 주민 반대와 정부 강행이라는 갈등을 유지한 채 계속 곪고 있다.
도심 내 초역세권에 젊은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행복주택 사업은 변두리·노인정 거주지라는 기존 임대주택의 통념을 깬 이상적인 임대주택 사업임ㅇ 분명하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불편한 시설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 국토부는 목동·송파·잠실·오류동·가좌·공릉·안산고잔 등 행복주택 7개 시범지구 발표 이후 오류와 가좌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역 주민들과 대치 중에 있다.
해당 지구 주민들은 행복주택이 집값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목동 주민의 경우 '목동'이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더해진 아파트를 얻기 위해 비싼 거주비를 지불했다. 노원구 공릉은 전국에서 임대주택을 위해 자리를 가장 많이 내준 곳으로 더 이상의 임대주택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행복주택 건립을 막기 위해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아직도 투쟁 중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제3자의 시선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전세난으로 주거비용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인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대의에 반대하는 것은 '님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5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거안정국민회의는 행복주택 반대 주민들을 이기주의자로 규정했다. 또 이를 반대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사퇴와 내년 지방선거 공천배제를 요구하며, 행복주택 반대시위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결국 국민의 주거안정을 지켜주기 위해 도입된 행복주택사업은 국민분열의 단초가 됐다. 현재 국토부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구지정을 확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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