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증시가 다시 한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의 통화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공급했던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지 여부가 이날 공개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오후 2시 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잠시후에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갖는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 5월 연준이 테이퍼링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지속해서 '테이퍼링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테이퍼링이 선언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연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결정을 유보한 탓에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현실화될 때까지는 시장이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FOMC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하락했다.
◇월가 전문가 55% "12월 혹은 1월 중 테이퍼링 선언될 것"
18일(현지시간) 종료되는 올해의 마지막 FOMC 회의에서 전해질 수 있는 결과는 단순하다. '테이퍼링이 선언된다', '테이퍼링 힌트만 준다', '테이퍼링 언급없이 금리와 경기판단만 내린다' 이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테이퍼링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벤 버냉키 의장이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만큼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목표치보다 낮은 물가 수준과 온건적인 연준 위원들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힌트만 얻는데 그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일 CNBC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의 55%가 12월이나 1월 중 테이퍼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10월 조사의 16%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 몇 주간 공개된 고용과 소비, 제조업 등 주요 경제지표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데다 의회의 예산안 합의로 정치적 리스크도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선언될 경우 그 규모는 50억~15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3월 이후에나 양적완화 축소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40%나 돼 테이퍼링 시행을 장담할 수는 없다.
◇美증시 "단기 충격은 크지 않아..경제 상황에 연동될 것"
◇연준 QE와 美증시 변동성(자료=동양증권 리서치센터)
테이퍼링 불확실성에서 증시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연준의 유동성 확대에 기대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과거 1차,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됐을 당시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도 시장의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연준이 테이퍼링과 관련된 신호를 꾸준히 보낸데다 시장에도 테이퍼링 우려가 일정부분 선반영된 만큼 조정이 있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당장 테이퍼링이 선언되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만큼 증시에 대한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빌 스톤 PNC웰스매니지먼트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달보다는 내년 1월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연준이 실질적 행동에 나설 이유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날 연준의 성명에서 테이퍼링이 선언된다 할 지라도 증시 낙폭은 1% 안쪽에 머물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이 불확실성을 제거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사무엘 워드웰 파이오니어인베스트먼트 투자전략가는 "그간 연준은 투자자들을 긴장케했다"며 "금융 시장은 테이퍼링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비타 서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케리카메릴린치 투자전략 담당자는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의 테이퍼링은 증시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리어 테이퍼링의 힌트조차 없을 경우 증시의 불확실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테이퍼링의 단기적 영향권에서 벗어난 이후 증시는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토마스 케니 어바웃닷컴(about.com) 칼럼리스트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사적 평균치를 하회했음에도 증시가 강세를 띨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연준의 돈풀기였다"며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여간다면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시장 "선진국 자금 빠질 것" vs "QE 효과 크지 않았다"
테이퍼링이 신흥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포착된다.
신흥국 시장이 미국의 저금리 수혜를 입었던 만큼 이제는 그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의견과 신흥국에 대한 양적완화 효과가 사실상 과대포장된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패트릭 레그랜드 소시에떼제네랄 리서치담당자는 "내년도 신흥국 시장에는 우려가 크다"며 "이들은 실제로는 마이너스 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의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끝이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팀 세이무어 트리오젬 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테이퍼링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금리가 상승해도 신흥국 주식을 팔아야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양적완화로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생각보다 많지않다"고 언급했다.
자카치 카라벨 리버트와이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양적완화가 시행됐던 지난 2년간 신흥국 시장은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며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에도 신흥국 금융시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오히려 연준의 출구전략을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무어는 "증시는 이미 상당부분 조정이 됐다"며 "단기적으로 (나는) 신흥국 시장에서 나가지 않고 추가 매수의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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