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K7으로까지 확대했다. 기존 K5에만 있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중형급인 K7까지 늘림으로써 수입차의 디젤 공세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16일 서울 양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K7·K5 하이브리드' 발표회를 갖고, K5 하이브리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K7 하이브리드 신차를 공개했다.
특히 친환경성을 강조한 전용 모델명을 적용하면서 기아차 하이브리드만의 정체성 정립에도 나섰다. K7 하이브리드는 'K7 하이브리드 700h'(이하 '700h'), K5 하이브리드는 'K5 하이브리드 500h'(이하 '500h')로 새롭게 명명됐다.
'700h'와 '500h'의 맨 앞의 숫자 '7'과 '5'는 K시리즈의 차급을 의미한다. 이어 중간의 '00'은 각각 배출가스 '0'(Zero)와 에너지 순환을 의미하는 '0'(Circle)을, 맨 마지막의 'h'는 하이브리드를 뜻한다.
기존에 K5 하이브리드만 보유했던 기아차는 준대형급 차량인 K7으로까지 하이브리드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친환경 차량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지민 기아차 국내마케팅팀 과장은 "예전에는 경제성에 대한 요구에 맞춰 연비에 중점을 뒀지만, 준대형급인 K7이 하이브리드로 출시되며 단순히 연비 뿐만 아니라 차량의 프리미엄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7 하이브리드 700h(왼쪽)와 K5 하이브리드 500h.(사진=이한승기자)
◇기아차, '500h'·'700h' 출시.."내년 총 1.3만대 판매목표"
'700h'는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m의 하이브리드 전용 세타II 2.4 MPI 엔진과 35㎾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기아차는 세타II 2.4 MPI 엔진이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700h'의 연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700h'의 연비는 리터당 16.0㎞로, 동급 가솔린 K7 모델(10~11.3㎞/ℓ)은 물론 경차인 모닝(15.2㎞/ℓ, 자동변속기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아차는 K7 3.0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700h'를 1년 주행시 약 128만원, 5년 주행시 약 64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연 2만㎞ 주행, 가솔린 리터당 1900원 기준) '700h'의 가격은 ▲프레스티지 3595만원 ▲럭셔리 3440만원(이상 세제혜택 후 판매가격)이다.
'500h'는 지난 2011년 출시됐던 'K5 하이브리드'를 업그레이드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기존 K5 하이브리드가 노후화돼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부분변경된 K5를 하이브리드로 개조했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18.3㎏·m의 하이브리드 전용 누우 2.0 MPI 엔진과 35㎾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연비는 리터당 16.8㎞. '500h' 역시 K5 2.0 가솔린 모델에 비해 연간 유류비가 약 93만원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500h'의 가격은 ▲노블레스 3210만원 ▲프레스티지 3025만원 ▲럭셔리 2893만원(이상 세제혜택 후 판매가격)으로 책정됐다.
회생제동 시스템의 개선도 눈에 띈다. 이는 차량 감속시 전기모터가 구동돼 제동시 손실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켜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연료의 효율을 높여주는 하이브리드만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기아차는 '500h'와 '700h'에 차세대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제동거리를 3.6% 개선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2009년 포르테 하이브리드의 출시가 친환경차 시장으로의 도약이었다면 이번 '700h'와 '500h' 출시는 기아차 친환경차 기술력의 완성"이라며 "동급 최고의 친환경성과 경제성, 상품성을 갖춘 '700h'와 '500h'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아차는 내년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을 3만대 규모로 예측하고, '700h'와 '500h'를 각각 4000대와 9000대씩 총 1만3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K7 하이브리드 700h와 K5 하이브리드 500h의 제원.(자료=기아차)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라인업 구축..준중형부터 준대형까지
'500h'와 '700h' 출시로, 현대·기아차는 준중형급부터 준대형급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에 대한 시장의 소외를 털고 수입차의 디젤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가 이날 '500h'와 '700h'를 내놓음으로써 중형과 준대형급 하이브리드 제품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도 기존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이어 이날부터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를 시작해 준중형·중형·준대형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완성했다.
국내시장에서 소비자 선호가 가장 높은 높은 준중형~준대형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내놓으면서 기존의 부진을 깨끗이 씻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올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추이(단위:대).(자료=현대·기아차)
현대차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 판매기록을 보면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51.8% 감소했으며, 11월 누계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18.2% 줄어들었다.
특히 현대차의 대표차종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두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달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는 9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53.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쏘나타 하이브리드(892대)는 53.4%, 아반떼 하이브리드(34대)는 63.8% 감소했다.
올 11월까지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는 총 1만3378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601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48.4%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11월까지 연간 누계 기준으로 총 7428대 판매돼 지난해에 비해 23% 줄었다.
연비 등 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차량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는 디젤 차량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디젤 기술에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젤 강세의 흐름을 타고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현대·기아차는 디젤 차량과의 차별화를 무기로 정면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이 연비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이 디젤 차량에 비해 정숙성이 높다는 것.
기아차 관계자는 "디젤 모델은 토크나 가속력 등 역동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숙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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