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료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죠?
연예계 한류(韓流) 붐이 다른 분야로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하는데요.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한국에서 3류, 4류 취급을 받던 성형외과 의사들도 중국에서 최고대우를 받으며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로 진출한 성형한류의 의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는 사이, 국내에 남아 있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골칫거리가 하나생겼는데요. 바로 세금문제입니다.
정부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쌍꺼풀 수술과 코성형, 유방확대와 축소, 지방흡입, 주름살제거 등 미용성형에 대해서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데 이어,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양악수술까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은 점이나 주근깨 등 색소질환 치료와 여드름 제거, 제모 및 탈모 치료, 모발이식술까지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어 성형외과 의사들뿐만 아니라 피부과 의사들까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수술이나 시술비용에 부가가치세만 더 받으면 되지 뭐가 고민이냐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세금을 부담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를 내면 의사들의 수입이 국세청에 노출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동안 현금장사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던 일부 성형외과의사나 피부과의사들이 이른바 지하경제에서 지상의 경제로 노출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09년 기준 성형외과업종의 소득탈루율은 37%에 달하고, 피부비뇨기과 업종도 28.6%의 소득탈루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형외과기준으로 100만원을 벌면 평균 37만원은 국세청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물론 성실하게 납세하는 의사들도 있겠지만, 100만원을 벌면 100만원 전체에 대해 소득세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월급쟁이들로서는 화가 날 만한 일이지요.
성형이라는 것 자체가 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사항이다보니 현금장사를 하더라도 비밀(?) 유지가 쉽게 됐다는 점이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긴 것 같은데요.
일부 의사들이 정부의 과세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세금이 가져오는 이런 부수적인 효과가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의사들의 불만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정도로 과세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인데요.
정부는 치료용이 아닌 '미용성형'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과연 '미용목적'과 '치료목적'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은 대부분이 미용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속눈썹이 안구를 찌르거나 노화로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 때문에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코성형의 경우에도 뼈가 부러진 부상을 입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호흡을 위해 이를 교정하려고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방확대와 축소의 경우에는 법에서 유방암수술에 따른 유방재건술을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달고 있지만, 이 또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용목적의 유방확대나 축소의 경우에도 심리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으로는 미용목적보다는 치료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형수술에 대한 과세는 성차별 논란으로 확산되기도 했는데요.
2010년 기획재정부가 일부 성형수술을 부가가치세 면세항목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 한 국회의원이 "여성의 유방확대수술에 과세하면서 남성의 성기확대수술에는 왜 과세를 하지 않느냐"며 남녀차별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죠.
이런 문제는 현행 법령이 과세대상을 포괄해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열거하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요.
현행 부가가치세법과 시행령은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의료보건용역의 '예외' 범위를 정하면서 ▲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다만 유방암 수술에 따른 유방재건술은 제외한다) ▲지방흡인술 ▲주름살제거술 이렇게 5가지만 나열하고 있습니다.
나열된 것 외에는 면세대상이고 나열된 것은 어떻게든 과세대상이 되는 겁니다.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번에 여기에 양악수술과 여드름제거 등이 '예외' 대상에 추가될텐데요.
이런식으로라면 언제 또 뭐가 추가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뭐 필자 개인적으로 성형수술 자체를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세법규정의 입법미비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일부 성형외과의사들이 위헌소송을 운운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어쨌든 앞으로 성형수술을 하시는 분들은 현금결제를 한다면 꼭 현금영수증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현금할인 등의 유혹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값이든 세금은 내고 있는 것입니다.
뼈를 깎는 고통만큼이나 많은 비용을 투자하셨을테니 당연히 세금을 냈다는 증빙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울러 혹시 세금으로 성차별을 느끼셨다면, 이의를 제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헌법재판소가 판단해 줄겁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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