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011810)와 채권단의 자율협약 체결이 사실상 무산됐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 중 마지막 자율협약 대상이었던 STX는 고대했던 경영정상화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앞서 채권단은 사채권자들의 채권만기 연장 및 이율 조정 등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조건부 정상화' 방안에 동의한 바 있다. STX의 비협약채권은 총 2932억원 규모다.
3분기말 기준 STX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709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제때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채권단의 재논의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와 금융권의 주장이다.
STX는 27일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에서 88회차, 96회차, 97회차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오후 1시와 3시, 5시 세 차례에 걸쳐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다.
STX는 이날 사채권자 집회만 잘 통과되면 다음달 정밀실사를 통해 전문상사로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집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날 세 차례 회의 중 1차 회의(제88회차 회사채)에서 채권단의 출자전환 안이 부결되면서 자율협약 체결에서 멀어졌다. 88회차 회사채는 총 1800억원으로 이날 진행된 회의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차 회의에서는 사채권 금액의 3분의1 이상이 참석해 채권 만기 연장, 사채이율 2%로 조정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했지만 채권단의 출자전환 안건이 참석자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이어 진행된 제96회차(247억원), 제97회차(885억원) 회의에서는 3가지 안건 모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날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던 STX는 지난 5일 에너지사업, 원자재수출입, 기계엔진, 해운물류 등 4대 사업 축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2017년 매출 2.2조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수용해 외부거래 비중을 현재 65%에서 2017년 9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자율협약 체결을 기대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경영정상화 대책을 수립한 것.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은 STX가 그동안 STX그룹 지주사로서 계열사 지분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단순한 지분 이득에서 탈피해 전문상사로서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날 출자전환 부결로 자율협약 체결이 어려워지면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계획이 다시 한 번 어긋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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