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정책금융공사의 운명이 이번엔 정치논리에 따라 크게 요동치고 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신설 대신 정책금융공사를 이전하는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조직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을 주축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 구성한데 이어 22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위해 방문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신 위원장이 "청문회보다 더 긴장된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TF팀장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대선 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설립 및 부산 유치가 될 것으로 믿었는데 최근에 '용역 결과에 따라서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통합 산은법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선박금융과 관련 방향이 너무 다른 법인이 발의된 상태"라며 "이런 혼선이 정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지역구 의원들과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정책금융공사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News1
◇경제이슈에 내년 지방선거 앞둔 정치권의 이슈선점
부산지역 의원들의 발빠른 움직임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후보 선점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박금융공사 통한 해양금융 지원 방안이 보조금문제로 세계무역기구(WTO)와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자 박 대통령의 공약은 폐기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부산시장 잠재후보군인 서병수·박민식·유기준·이진복의원들은 다급해진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풀려고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권 관게자는 "통합산은법을 두고 분리냐 통합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비용-편익을 꼼꼼히 분석해 봐야하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부산이전으로 이슈화 되면서 논의의 초점이 흐트려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점차 관계기관들은 국회의 입만 바라보게 되는 형국이다. 산은은 정책금융공사 통합을 위해 전담팀을 꾸렸지만 국회가 이슈를 선점함에 따라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총대를 매면서 통합산은법을 의원발의 형태로 어렵사리 추진케 됐지만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친 셈이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강 의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기구 설립법,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 등 2개 법안을 발의했는데 산은법 개정안까지 짊어지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탰다.
◇정금공 이슈따라 중소기업 '벙어리 냉가슴'
선거를 앞둔 정치몰이에 산은이나 정책금융공사와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들은 혼란이 더 크다.
통합을 고려해 다른 시중은행에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최근 상황이 급변해 내년 자금조달 계획에 고민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책금융공사도 이점에 있어서 동의를 하는 입장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이 상황을 지켜보는 중소기업들은 눈치만 보며 지켜보고 있다"며 "한 기관에만 상담하다가 나중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까 우려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