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터넷 카페 선거운동 허용해야"..'모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심학봉 의원' 판결에서 '인터넷상 선거운동'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시
헌재의 '개인' 기본권 보장 결정에서 '모임'의 기본권 보장으로 확대
2013-11-14 19:56:30 2013-11-14 20:00:07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대법원이 이번 '심학봉 의원 사건'에서 인터넷상 카페를 만들어 선거활동을 했어도 선거법상 '사조직 설립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개인에서 더 나아가, 모임 등 다수의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 카페..선거법상 사조직 아니야"
 
대법원은 14일 "인터넷 공간에서 선거활동을 목적으로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회원 등을 모집해 일정한 모임의 틀을 갖춰 운영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인터넷상의 활동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서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심 의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1년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93조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광고·인사장·벽보·사진·문서 등은 물론 '기타 유사한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상 '기타 이와 유사한 것에 '인터넷홈페이지 또는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도 "인터넷상 의사표현 제한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
 
아울러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게 길다. 오랜 기간 인터넷상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해 정당정치나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대법원도 '심학봉 의원' 사건에서 앞선 헌재의 결정 취지대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다른 선거운동과 달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대화방 등에 선거운동 내용의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을 통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 뿐 아니라 선거운동기간 전에도 허용된다"고 봤다.
 
즉,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과 그 밖의 선거운동은 구분돼야 하며,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의 규정들은 이러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특성 및 이를 폭넓게 허용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해 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SNS 활동이나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넘어 그 대상과 제한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활동을 목적으로 하여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 회원 등을 모집해 일정한 모임의 틀을 갖춰 운영하는 경우에, 이러한 인터넷상의 활동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서 허용돼야 한다"고 봤다.
 
◇"카페 통해 오프라인 모였어도 사조직 단정 안돼"
 
또 "인터넷 카페 개설을 위해 별도로 준비 모임을 갖거나 카페 개설 후 일부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개최했더라도, 모임이 인터넷 카페 개설 및 그 활동을 전제로 하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을 갖는 것에 그친다면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상의 카페 활동과 구별되는 별도의 조직적인 활동으로서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을 갖춘 것으로 볼 지 여부는 인터넷 카페의 개설 경위와 시기, 구성원 및 온라인 및 오프라인상의 활동 내용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해석은 특정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하여 인터넷상에 카페를 개설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그 대상과 범위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두고 반기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인터넷상 카페를 만들어 선거활동을 했더라도 선거법상 사조직 설립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며 "헌재의 기존 결정 입장은 개인의 인터넷상 지지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인 반면, 이번에 대법원은 인터넷 커뮤니티상 공동 선거운동도 보장된다고 본 것이다. 그 대상과 범위를 더 넓히는 한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상 선거운동이 허용된지 2년여가 안됐으므로 비슷한 사건에서 형사처벌 사례는 거의 없겠지만, 있더라도 대법원 판결로는 재심청구는 안된다"며 "대법원 판단은 해당 사건에서만 효력이 있고, 적용 법규가 위헌이어야 재심 요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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