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당 해산 위기에 처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사진)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해 새누리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낸 전력이 수두룩한 것으로 확인돼 과연 이 대표를 비난할 자격이나 있는지 물음표가 붙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불법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2003년 9월 3일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어는커녕 "박근혜씨"보다 훨씬 더 무례한 표현이다.
2004년 8월엔 '극단 여의도' 소속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이 연극 '환생경제'에 직접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을 "육XX놈", "개X놈"이라고 욕했다.
'환생경제'는 저승사자가 '노가리'(노 대통령)의 죽은 아들 '경제'를 살려주는 대신 3년 뒤에 데려가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실이 돼 섬뜩함을 준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는 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등장인물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폭언을 내뱉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2012년 5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뒈졌다"라는 글을 리트윗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모두 이정희 대표의 "박근혜씨" 지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높으며, 수준도 저열하다.
아울러 새누리당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표현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003년 6월 9일 이상배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방일외교는 한국 외교사에 치욕 중 하나"라며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 상임의장에 임명된 홍사덕 전 의원은 2004년 1월 16일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과 관련해 "나도 모르게 '뭐 이런 대통령이 다 있어'라는 말이 나왔다"며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바보짓을 했다"고 탄식했다.
2007년 9월 3일엔 나경원 당시 대변인이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 감싸기가 해도 너무 한다"며 "노 대통령의 정치는 한 마디로 '조폭식 의리정치'다. 강도를 하든, 살인을 하든 자기들끼리 의리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올해 6월 24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을 제기할 때 "NLL을 바꾸자는데 김정일과 내가 생각이 같다는 말들이 한국 대통령이 한 말이 맞나. 제정신인가"라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이정희 대표가 9일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라고 말하자 홍지만 원내대변인이 10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반격하는 등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다.
홍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통진당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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