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구장 정부심사 통과)②NC서포터즈 "조건부 승인일뿐"
2013-11-04 16:34:40 2013-11-04 16:38:32
◇'나인하트' 단체 관람 모습. (사진제공=나인하트)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비 수도권 지역이 모두 그렇겠지만 창원 주민들은 지역에서 뭔가 즐길거리에 크게 목말라 있어요. 수도권에서 보면 하찮아보일 수도 있는 소소한 행사나 축제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도 그래서에요. 지역에 프로야구단이 생겨날 때 많은 시민들이 야구장을 찾은 건 야구를 좋아하는 지역의 특성도 있지만 그래서(지역에 즐길거리가 부족해)였어요. 시가 지역주민의 행복을 앗아가려는 일을 이젠 멈췄으면 해요."
 
지난 3일 창원 마산 야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최대 서포터스인 '나인하트' 회원들은 불안한 기색이 엿보였다. 창원시가 지금 입장을 계속 고집하면 야구계와 NC가 창원을 떠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이미 '이별'을 준비 중인 회원도 적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나인하트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 유치를 공표한 지난 2010년 창설돼 현재 1만5000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 중인 NC의 최대규모 서포터즈다. 이들은 지난 9월 27일 '창원시 새 야구장 입지 재선정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해 7582명 분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서명지는 지난달 17일 안전행정부 재정정책과에 우편 전달됐다.
 
신승만 대표를 비롯한 이날 인터뷰에 응한 나인하트 회원 3명이 주장하는 바의 핵심은 매우 분명했다. "당초 예정된 시점이 아니어도 좋으니 누구나 쉽게 납득할 만한 정상적 절차를 거쳐 프로야구를 하기 적합한 위치에 신축 야구장 건설을 한다"는 내용이다.
 
다음은 신 대표 및 회원 3명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의 일문일답.(회원 2명은 익명처리를 요구했다. 이들을 A씨와 B씨로 표기한다)
 
-신축 야구장에 대한 투·융자심사가 3차 만에 결국 통과했다.
 
▲신 대표 : 창원시는 '승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조건부 승인이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이번 승인 내용을 살펴보니 어짜피 NC와 협의되지 않으면 재승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A : 완전한 승인이 아니고 조건부 승인인데 지금 창원시는 '조건부'를 숨기려고 한다.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진해구 곳곳에 승인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부착했는데, '분명 창원시의 경사인데 대체 왜 진해구 외에는 현수막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나?' 창원시 의견을 듣고 싶다.
 
▲B :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야구계의 입장을 적극 존중하면서도 결국 박완수 시장에게 퇴로를 줬다. 조건부 승인이라는 사실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본다. 구단과 KBO로 대표될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의, 많은 시민들의 설득, 모두 박 시장이 마무리지으란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나왔던 질문이지만 다시 묻는다. 왜 육군대학 부지는 입지로 적합하지 않은가.
 
▲B :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40여 년을 살면서 왜 그 위치가 부적절한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국의 야구장을 많이 둘러봤다. 주변에 대로가 있고 그 도로 형태가 곳곳에 분산되게 된 구조라서, 일시에 많은 차가 몰리면 정체가 없진 않지만 감당 가능한 정도다. 하지만 육군대학 부지는 결코 그렇지 않다. 험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 상탠데 터널은 오직 두 개가 전부며, 터널에 다다르기 전에는 신촌광장 등의 상습정체 구간을 통과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야구장 가는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가는 도중에 힘을 다 뺀다. 그렇게 창원이나 마산에서 퇴근한 이후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경기는 결국 4~5회 때 들어간다. 누가 야구장에 가려 하겠나. 한국야구위원회가 NC에게 주말 경기만 배정할 것도 아니다.
 
▲A : 창원시도 진해에 지으면 손해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야구열차와 맞춤버스의 운행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20만명 가량의 진해구 인구 절반 이상이 석동과 풍호동, 용원동과 웅동 등 중부 지역과 동부 지역에 산다. 서부 지역 주민들이 정말 야구장을 원하나 의문이다. 도로도 막히고 MOU(양해각서)를 맺었던 대학이 '야구장 때문에' 시끄럽고 길 막힌다며 진해에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는 판국에.. 진해 주민에게 뭔가 주긴 해야겠고 땅값 투자는 없어도 괜찮고, 그래서 그 곳(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야구장을 넣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 줬다는 생색을 낼수 있으니까. 인구가 적은 진해의 입을 그렇게 막아놓고 시청과 도청을 덩치가 큰 마산과 창원에 나눠주는 일에 집중하려는 거다. 야구는 물론 지역적으로도 손해가 된다.
 
- 마산 야구장은 길이 막히지 않는 것인가.
 
▲신 대표 : 일순간 수많은 차량이 막히면 그 어느 곳이 안 막히겠는가. 하지만 '정도'가 있다. 마산은 야구장 앞 사거리에서 각 방향에 분산되고 남측으론 또 오거리로 뿌려지는 구조다. 그 곳만 빠져나오면 된다. 일부는 야구장 앞의 산호동에서 늦은 식사를 하거나 약주를 들고 집으로 떠날 것이다. 하지만 육군대학 부지는 결코 그렇지 않다. 창원시만 살펴봐도 인구의 80%가 진해가 아닌 곳에 살기에, 사람들이 산을 넘어가기 위해서 터널 두 곳에 집중될 것이고 거리도 적잖다. 가는 데 고통, 오는 데 지옥, 결국 평일 직관은 포기하고 주말 직관은 군항제 가듯 각오하고 떠나게 된다.
 
▲B : 수도권 아닌 지역이 모두 그렇겠지만 창원 주민들은 지역에서 뭔가 즐길거리에 크게 목말라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보면 하찮아보일 수도 있을만한 소소한 행사나 축제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역에 프로야구단이 생겨날 때 많은 시민들이 야구장을 찾은 건 야구를 좋아하는 지역의 특성도 있지만 그래서(지역에 즐길거리가 부족해)였다. 또한 야구로 유명한 학교를 지켜보며 야구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지역적인 조건은 프로구던 유치 이후로 첫 해부터 관중 5위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야구로 소지역간 갈등이 생기기를 시는 조장하고 있고 야구단은 창원을 포기하고 떠나갈 위기다. 시가 지역주민의 행복을 앗아가려는 일을 이젠 멈췄으면 한다.
 
◇육군대학 부지. (사진제공=창원시)
 
- 창원시는 어찌됐든 육군대학 부지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A : 세계 최대 규모의 사회인 야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거액의 돈을 투자한 사회인 야구장. NC를 비롯한 야구계는 떠날 것이다.
 
▲B : 최근 몇 년간 새로 생겨난 지방공항처럼 규모는 큰데 사람은 거의 없는 흉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야구계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모두 일제히 언급한 이상 프로야구 경기는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정말 야구장을 짓는다면 누가 그 곳을 쓸 것인가.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향후 활용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듣고 싶다.
 
- 나인하트 입장이 이렇다면 진해지역에 거주하는 나인하트 회원들은 서운한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신 대표 : 한 명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이해를 한다. 앞으로 펼쳐질 시나리오가 생생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구장에 직관하러 떠나지 않는 날 중 집에 퇴근시간에 가는 날은 도로가 막혀 집에 도착할 시간이 뻔하다. 야구 이전에 당장 생활이 불편해지니 이제는 이해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돕는다.
 
- 마산 분위기는 어떤가.
 
▲B : 마산도 균형발전이 필요한 지역이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야구를 보고 자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도시다. 그런데 창원시는 야구는 물론 다른 면에서도 마산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축제에서 '마산'이란 이름을 떼고, 마산에는 뭔가 해주는 것을 피하고 있다. 버린 토끼로 삼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맥락이 있기에 야구장을 진해에 지으려는 계산이 아닌가 싶다. 식당에 가도 TV에 시장 얼굴이 나오면 어르신들이 화부터 낸다. 욕도 한다. 최근 열렸던 가고파 축제 당시 박 시장을 향해서 큰 야유가 나왔던 게 그래서다.
 
- 끝으로 하고픈 말은.
 
▲신 대표 : 모두 다 안다. 거긴(육군대학 부지) 아니란 사실을. 그리고 시 당국이 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시민들의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장을 지으려는 이유를..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솔직해지고 정말 정상으로 돌아가자.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자.
 
▲A : 진해 육군대학 부지가 좋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입지가 프로야구 경기를 열기에 부적합한 것부터 시작해 땅의 소유가 지금 창원시가 아니라 넘겨받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패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학계 견해도 들려온다. 맨날 '행정이 어떻고', '시민들이 행정을 이해해야' 등의 얘기를 하는데 행정의 근본은 일반 시민이고 민의이다.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창원시청을 거기로 옮기자. 주변에 식당과 행정사 사무소, 인쇄소, 술집, 기타 사무실 등등 자연스레 내려간다. 왜 시청을 옮길 생각은 못 하는가. 진정한 균형발전 의지가 있다면 시청을 육군대학 부지로 옮겨라. 창원시 발표를 보면 교통대책이 모두 마련된 자연과 함께하는 최고의 부지다. 그만한 곳도 몇 없다.
 
▲B : 이번 조건부 승인 발표는 역설적으로 박완수 시장에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그렇지만 'NC와의 협의'를 포함하며 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을 막으려는 중앙정부 차원의 의지도 있다고 본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보면 박 시장은 큰 꿈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초지자체장을 맡아서 하면서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시민에게 가슴속 상처를 주는 입장에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보나. 어불성설이다. 지역 내에서 여론이 좋던 시장에서 왜 공개적인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야유받는 시장으로 변했나 차근차근 생각해 보시라. 야유가 두렵다고 마산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를 쭉 피하기만 할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미래 도백이 되겠나. 이제부터라도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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