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보훈처, 국정원 연계 불법 대선개입 의혹 증폭
"DVD, 국정원 지원 받았냐" 질문에 보훈처장 모호한 답변
보훈처장, 의원 질문에 거짓 답변하고 수습 반복
2013-10-29 03:37:19 2013-10-29 03:41:4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28일 국정감사에서 보훈처가 국정원과 연계해 불법 대선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더 불거졌다.
 
보훈처는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의 안보교육을 실시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나라사랑교육 DVD’ 제작에 자금을 협찬해준 곳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DVD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독재를 미화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정부를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DVD내용에 국정원의 안보관련 동영상과 동일한 영상이 있어 민주당은 자금과 자료를 국정원이 제공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우며 강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박 처장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협찬자의 정보를 말할 수 없다”고 버텼고, 민주당 의원들이 박 처장에 대한 고발을 요구하면서 국정감사는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파행되기도 했다.
 
다만 박 처장은 협찬자가 정수장학회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부정하면서, 협찬자가 국정원이냐는 질문에는 “협찬자의 출처는 밝힐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박 처장의 답변 회피가 국정원의 지원을 시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처장은 다른 질문에서도 이처럼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무위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부패한 독재자의 딸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박 처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어서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했기 때문에 종북좌파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박 처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의 의견이 있다. 개인 생각을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앞 질문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28일 보훈처 국정감사 장면(사진=장성욱 기자)
 
또 보훈처는 박 처장이 지시해 DVD 배포를 결정하게 된 사실을 감추려고 했었다.
 
강윤진 전 나라사랑교육 과장은 박 처장이 좋은 자료라고 DVD소개해줘서 협찬처에 배포지 주소를 줬다고 증언했다. 주소를 줄 때 박 처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DVD내용을 미리 검증했느냐는 정무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배부처를 (박 처장에게) 보고했을 뿐이다. 어디서 제작됐고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출처·내용도 모르는 DVD를 교육용으로 배포했다고 강 과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박 처장은 “내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다. 강 과장이 답변하기 어렵다”며 강 과장의 증언과 다른 내용을 실토했다.
 
박 처장은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가 바로 이를 수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 의원은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이 보훈처와 관계가 있냐는 서면 질의에 ‘아무 관련 없다’, ‘관련 자료도 없고 주고 받은 공문도 없다’고 답했는데 맞냐”고 질문하자 박 처장은 “맞다. 내가 국발협 회장직에서 떠났기 때문에 (국발협과) 공식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보훈처와 국발협이 주고받은 공문을 공개하자 박 처장은 “그 당시 안보 교육에 참석한 안보전문 강사는 국발협 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 참여했다”며 엉뚱한 대답으로 말을 돌렸다.
 
강 의원이 박 처장에게 최근 국발협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보훈처장이 된 후 국발협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강 의원이 작년 12월 20일 국발협 회장을 만나지 않았냐고 따지자 “기억이 없다. 잘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두 사람이 만난 음식점 이름까지 거론하자 “업무관계, 공식적으로 안 만났다는 뜻이었다”며 “(개인적으로 만났냐고) 묻는다면 만난 적이 있다”고 변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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