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저렴한 석유공사 기름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정유사 기름을 더 많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당초 도로공사가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저렴한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철우(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공급된 석유(5억5890만ℓ) 중 석유공사 제품은 49.1%(2억9429만ℓ)에 그쳤다. 알뜰주유소는 판매량의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같은 기간 일반정유사 제품 가격은 ℓ당 1829원으로 ℓ당 1803원인 석유공사보다 약 26원 비싸다.
(사진=뉴스토마토DB)
고속도로 알뜰휴게소 전체 160곳 가운데 석유공사 구입비율 5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36곳이었으며, 석유공사 제품을 아예 쓰지 않는 주유소도 4곳이나 됐다.
범위를 휘발유로 좁히면 일반 정유사 제품 비중이 더 높아진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공급된 일반 정유사의 휘발유는 1억5126만ℓ로 전체 휘발유의 56.1%를 차지한다. 석유공사 휘발유는 1억1870만ℓ로 공급 계약서 50%에 훨씬 못 미치는 43.9%를 차지했다.
이 의원은 "석유공사 제품 50% 규정을 맞추기 위해 비싼 휘발유는 일반 정유사 제품을 많이 구입하고 값싼 경유제품은 석유공사 제품을 더 구입하는 이른바 '기름 돌려막기'를 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판매단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일반 정유소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SK(003600)에너지,
GS(078930)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기 전 이들 4대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공급량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공급가격에 판매 마진을 붙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에서 구입하는 제품은 전산 시스템(석유시장 모니터링 시스템, POS)에 입력해 공급원가와 마진이 투명하게 공급된다.
반면 일반 정유사에서 조달하는 석유는 비교적 유연하게 마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이철우 의원실 관계자는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알뜰 주유소는 일반 정유소 공급비율을 늘리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처럼 기름 돌려막기를 하는 알뜰주유소는 전체 160곳의 50.6%인 81곳에 이른다"며 "책임감독기관인 도로공사와 석유공사는 이런 편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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