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중국고섬이 4일 상장 폐지되며 2년6개월만에 '차이나디스카운트'의 악몽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상장폐지에 따른 책임공방이 여전히 남아있어 '고섬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주관사들이 증권신고서상 현금잔고와 중요계약에 대한 확인절차 등 주요 투자위험에 대한 실사의무(Due Diligence)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방적 과징금, 증권업계에 책임 떠넘기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과 관련해 상장 주관사에 대한 일방적인 과징금 부과로 인해 향후 국내외 기업의 상장주관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고섬사태에 주요 관계자인 외부감사인과 상장 실질 심사를 주관했던 한국거래소의 책임은 제외된 채 주관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증권업계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부감사인에 대한 면책조항은 인정하면서도 주관사에 대해서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실사의무를 적용하는 것은 이후 외부감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칫 상장 준비에 나서는 외국계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 뉴스토마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 유사한 판례에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의 주관을 맡은 주관사가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할 경우, 명확한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사례가 존재했었다"며 "이번 당국의 결정은 이같은 과거의 판례를 뒤집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한편, KDB대우증권측은 싱가포르 거래소의 공시의 의존해 반기검토보고서와 싱가프로거래소 공시간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삼일회계법인과의 재무실사자문 계약을 맺고 2010년 반기보고서와 9월분기 보고서를 대조하며 충분한 실사를 마쳤다"고 항변했다.
◇거액의 수수료 수익, 속빈 강정뿐
KDB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거액의 수수료와 외국기업 상장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기업실사를 마무리했다는 주장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실제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의 상장을 통해 대표 주관 수수료 53억원과 총액인수에 따른 인수수수료 등을 합해 총 117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한화투자증권은 30%에 달하는 인수비율을 통해 3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과징금을 기준으로 대우증권은 과징금은 6배에 가까운 수수료를 거뒀고, 한화투자증권도 과징금을 보전할만한 수입을 거둬들인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 청약미달에 따라 이들 증권사들은 각각 582억원, 380억원씩 실권주를 인수했고, 상폐 조치에 따라 정리매매로 보전되는 총 200억원을 갖 넘는 수준에 불과해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다.
◇증권사, 영원한 'Bad Boy'?
KDB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일단 당국의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추후 법적 쟁점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들 증권사들은 "아직 당국으로부터 결정문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결정이 도착하는대로 법적검토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당국의 부과 과징금을 납부한 뒤 금융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오는 28일로 예정된 190억원 규모의 소액주주들의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변론기일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에 따라 처분가격과 손실가격 책정이 진행중이어서 오는 12월 중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여 연내 소송 결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당국의 결정이 소송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을 지적했지만, 소송 당사자로 과징금 부과에서 제외된 한국거래소와 한영회계법인이 포함돼 있어 실제 심리에서는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송을 진행중인 법무법인 송현은 "당국의 판결은 소송에서 주장하는 일정 부분이 인정받은 셈"이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다. 이어 "늦어도 내년 1월 이전까지 2차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1차소송에서 제외됐던 기관투자자들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당국으로서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제만을 고려해 증권업계에 철퇴를 내린 점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모양새"라며 "무리한 실사의무의 적용이 자칫 업계의 신규 상장기업 발굴을 저해하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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