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결국 '혼외자 의혹'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의 사퇴와 동시에 TV조선이 채 총장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여인의 가정부를 인터뷰한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과 법조계의 시선도 점차 변화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장관으로서 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평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 "채동욱, 초기대응 잘못 했다" 검사들 쓴소리
최근 검사들은 채 총장이 혼외자 의혹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대응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검의 A검사는 "애초에 프레임을 잘못 짰다. 검찰을 끌고 와서는 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검사는 "채 총장이 검찰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했는데, 개인적인 문제에 왜 검찰을 들고 왔나"라면서 "애초에 아니면 아니다, 맞다면 맞다고 확실하게 의견표명을 했어야 했는데 음모 세력을 운운하면서 검찰 입지도 함께 좁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A검사는 "이제 국민들은 검사에 대해 저녁마다 술 먹으러 다니고, 바람 피고 사생아 낳는 집단으로 인식할 것 아니냐"면서 "이번 사건으로 검사들에 대한 일반적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게 박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B검사 역시 같은 말을 했다. B검사는 "물러나려면 처음 의혹이 나왔을 때 물러났어야 했다"면서 "초기 대응 미숙으로 검찰까지 힘들어졌다. 안타깝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 "황교안, 물러날 필요 없다"..검찰 내 변화된 기류
채 총장 의혹이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된 지 1주일여 지난 후, 황 장관은 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당시 진상규명 지시를 보도를 통해 받아들인 일선검사들은 격분했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채동욱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가장 먼저 평검사 회의를 개최한 서울서부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등 서울재경검찰청들도 평검사회의를 준비했다.
일선 검사들은 '황 선배(황 장관을 이르는 말)가 검찰에서는 안 그러더니, 장관되니까 정치인 다 됐다', '검찰 조직을 저버렸다'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일선 검사들의 분위기는 '황 장관의 처신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서서히 바뀌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의 C검사는 "결국 황 장관의 결정이 맞지 않았느냐"라면서 "호위무사 운운하며 섣부르게 다가가서는 안됐다. 대검 간부가 검찰을 위해서 일하는 자리지, 한 개인을 위해 일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고 지적했다.
앞의 A 검사는 "황 장관이 소위 채 총장을 '찍어냈다'고 가정하더라도, 흠이 없다면 찍어내졌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황 장관이 물러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소식에 정통한 모 변호사 역시 "소위 '부글부글 끓는다'던 검찰 내부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면서 "황 장관이 물러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 계속될 듯
하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등에서는 황 장관이 국정원 정치개입의혹 수사 때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시를 하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채 전 총장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나누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기초연금과 채 전 총장 사퇴 파문을 주제로 긴급 현안질문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채 총장이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으로 원 전 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한 '보복 제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 "의혹이 생겨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지 누구를 찍어낸다 이런 측면은 없다"고 부인했다.
채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달 14일부터 20일간 열릴 국정감사 등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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