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CJ엔터테인먼트, 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관상'이 10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관상'은 20일 하루동안 89만9022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555만 2195명을 기록했다.
이는 '설국열차', '도둑들', '괴물'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중 네 번째로 최단 기간 5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흥행질주를 달리고 있는 '관상'은 지난해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와 2년 전 20% 이상의 시청률로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겹치는 지점이 있어 눈길이 모아진다.
세 작품 모두 실제 역사 배경에 가상의 인물을 집어넣는 팩션(Faction)으로, 역사와 가상을 통한 스토리에 묵직한 메시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증보다는 가상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창제를 배경으로 한 세종대왕의 시대에 가상의 연쇄살인사건을 묶은 작품이다. 액션도 화려했고, 대화도 욕설이 들어가는 등 기존 사극과 다른 신선함을 안겼다. 박팽년, 신숙주 등 실제 인물이 등장했지만, 정기준(윤제문 분)과 같은 가상 인물이 주축을 이뤘다.
또 '광해'는 실록에 기록된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는 내용의 15일 간을 가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실제 인물 역시 허균(류승룡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상의 인물로 꾸며졌다.
'관상' 역시 계유정란이라는 역사 배경에 관상가 박내경(송강호 분), 팽헌(조정석 분) 등 가상의 인물이 대거 투입됐다. 수양대군(이정재 분)과 김종서(백윤식 분)의 대립으로 이어지지만 스토리를 연결하는 인물은 내경이었다.
세 작품 모두 액션이나, 작품 속 분위기가 정극 보다는 팩션의 이미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화려한 액션과 가벼운 느낌의 대사로, '광해'는 가짜 광해를 연기한 이병헌의 다소 어리석어 보이는 연기로, '관상'은 초중반부 독특한 유머코드와 관상이라는 소재로 가상이라는 것에 주력했다.
이는 사극을 역사로 보는 시선을 줄이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며 이후 고증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PD는 "사극을 역사로 보는 시선이 굉장히 높아져, 장면 장면에 예민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는 일부러 더 화려한 액션을 가미했다"고 밝혔다.
◇스토리보다는 메시지
세 작품 모두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결말이 뻔히 예상된다. 스토리를 바꿀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세 작품은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샀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창제를 꿈꾸는 세종대왕에게 반발하는 당시 기득권층의 이야기를 소재로 '왕과 백성'의 입장 차이와 '한글창제의 어려움' 등 다양한 메시지를 이끌어냈다.
'광해'는 조선시대 중기 공납의 폐단에 대한 새 조세법을 만드는 것을 매개로, 기득권층에 대한 일침을 날렸다.
'관상'은 계유정란에 휘말린 관상가가 거대한 역사와 권력을 통해 패배감을 느끼는 것이 주요 의미다. 한 개인이 거대한 권력층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였다.
'관상'의 한재림 감독은 "굳이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계유정란이라는 소재를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다. 뻔히 아는 내용 보다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봤으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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