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새누리당이 추석 밥상 여론의 주제를 '종북'으로 설정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김기현 정책의장 등 지도부는 17일 오전 서울역에 나와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줬다.
홍보물 앞면에는 붉은 바탕에 ‘누가 대한민국의 적을 국회에 들였습니까’라는 문구가 희고 큰 글씨로 쓰여있다.
글 아래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원순 서울 시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손을 잡고 있고, 그 뒤에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서 있는 사진이 붙어있다.
사진의 출처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홍보동영상’이라고 적혀있다.
17일 서울역에서 정책홍보물을 나눠주는 새누리당 의원들(사진=김현우 기자)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홍보물에 대해 “축구 경기의 레드카드와 옐로카드 이미지를 활용해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겨눈 종북세력에게는 단호히 퇴장을 명하고, 종북세력과 연대한 야권에는 강력한 경고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홍보물 두번째 페이지에는 ‘엘로카드’ 이미지와 함께 ‘경고해주십시오’라고 적혀있다.
이어 민주당에 대해 ‘종북연대 반성하지 않는 세력’, ‘대선불복하고 장외투쟁하는 무책임한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또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는 ‘아이들에게 쓸 돈은 없고 민노총에 줄 돈은 있는 시장’이라고 비난했다.
페이지 아래쪽에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노숙에 대해 ‘호화로운 이불, 침대, 노트북, 전깃불까지 다 있네. 이게 노숙이냐 캠핑이지’라는 글로 비꼬았다.
지난 8월2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 민주당 장외투쟁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세번째 페이지에는 레드 카드 이미지와 함께 ‘퇴장시켜주십시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이어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국회의원’,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농담같은 변명으로 국민 기만하는 정당’, ‘국민의 혈세로 장군님 사업하는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페이지 하단에는 박근혜 정부 비판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던 교수들이 통진당 사태에 대해 침묵한다고 지적하며 20대 국민 71.3%가 ‘이석기 구속’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6개월 동안 업적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새누리당의 다짐이 적혀있다.
새누리당이 17일 서울역에서 나눠준 정책홍보물 표지(사진=김현우 기자)
홍보물의 4분의 3을 통진당 내란음모 혐의와 이를 민주당, 박원순 시장과 연관시키는데 사용했다.
이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의 청와대 배후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등으로 묻혀버린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다시 이슈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채동욱 사태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며 “새누리당으로서는 추석까지 이석기 내란 이야기가 이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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