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직원들로부터 점화봉을 전달받은 뒤엔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몸을 숙여 지름 15cm의 고로 화입구 안으로 불씨를 집어넣은 뒤에서야 입가 가득 미소를 보였다. 그로선 감격이었다.
지난 2006년 10월 민간기업 최초로 일관제철소 1고로 착공 뒤 7년여 만인 이날 3고로 체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기존 전기로 부문 1200만톤을 포함해 연산 총 2400만톤 규모의 글로벌 종합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현대제철은 명실공히 건설용 철근 및 형강, 조선용 후판을 비롯해 철강제품의 꽃인 자동차용 강판까지 모든 산업의 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정몽구 회장이 13일 당진 현대제철 3고로 공장에서 점화봉을 화입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의 3고로 완공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정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큰 그림을 마침내 완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 회장에게 ‘현대제철 3고로’는 장자로서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오랜 숙원을 본인이 직접 풀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정주영 회장은 경영일선에 있을 당시 제철소 건설을 위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77년 정부에 종합제철소 설립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듬해에는 제2제철 사업자로 포스코가 결정돼 광양제철소가 세워졌다.
1996년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몽구 회장은 부친의 뜻을 이어 제철사업을 재추진 했다. 2000년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하며 제철사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마침내 2006년 1월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제철소 설립 인가를 받아 그해 10월 제1고로 기공식을 했다. 7년 만인 2013년 9월 현대제철은 3기의 고로를 가동하는 진정한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
정몽구 회장은 36년 만에 고 정주영 회장이 못다 한 ‘제철사업의 꿈’을 ’열정’과 ‘집념’으로 이뤄냈다. 현대가 가진 '뚝심'의 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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