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금융위기 이후 5년이나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에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생이 너무나 빠르게 줄어가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라는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했던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는데요.
최근까지 국민자격증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수험생이 넘쳐나던 공인중개사는 현재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며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치러질 2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6만5175명(2차기준)이 응시했습니다. 2008년 19회 이후 5년 연속 응시생이 줄고 있는데요. 이는 격년으로 치러지던 1993년 4만9602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입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생 추이
지금은 있어봐야 큰 도움 안되는 자격증 중 하나로 전락했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한때 직장을 잃은 가장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떠오르면 크게 각광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응시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2년. 외환 위기로 실업자가 넘쳐나던 때입니다. 그해 치러진 13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응시생이 26만5995명이나 몰렸습니다. 직전해 2001년 13만2995명에서 두배가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올해와 비교하면 4배나 차이가 나네요.
IMF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로 취업은 바늘구멍보다도 좁게 느껴질 정도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부동산시장은 살며시 부흥기 맞을 준비를 하던 시기였죠. 2002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22.8%가 올랐습니다. 서울은 30.8%나 상승했습니다.
IMF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부동산시장 살리기와 그에 부응한 시장 거래 활성화로 중개업은 말 그대로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습니다.
2003년(14회)과 2004년(15회)에도 각각 26만1153명, 23만9263명이 접수하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운전면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소지한 국민자격증이 됐습니다.
이후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장에는 매년 15만명 가까이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내면서 공인중개사는 꽤나 쓸모있는 자격증에서 별쓸데없는 자격증으로 전락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부흥기가 왔던 것과는 달리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며 중개업은 레드오션으로 변했던 겁니다.
2008년 19회 16만9434명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미 먹거리가 고갈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 중개업계에 발을 내딛으려는 수험생은 하나 둘 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22회에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응시생(8만6179명)은 지난해 7만1067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6만5175명으로 감소했습니다.
IMF 암흑기 취업의 한줄기 빛이 됐던 공인중개사의 응시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먹거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경쟁해야 할 중개업자는 너무 많다는거죠.
이는 길을 지나다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하나에 얼마나 많은 중개업소가 있는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중개업소만으로 채운 곳도 있습니다.
전국 공인중개사는 약 8만여명. 2012년 한해동안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73만여건. 산술적으로만 보면 공인중개사 1명당 연간 약 11건을 계약한 셈입니다. 한달에 한건이 채 되지 못하죠.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민법, 부동산학개론, 부동산세법 등 6개 과목을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해야 할 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연히 투자해야 할 시간도 적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에 비해 과실은 너무나도 작아졌습니다. 국민자격증 공인중개사는 옛말이 됐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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