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해명에 불신가중..진보당 '국정원 날조'만 되풀이
애초 모임 자체 부정하다 녹취록 공개 후 뒤늦게 인정..거짓말 논란도
2013-09-02 17:50:15 2013-09-02 17:54:0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회기결정 건이 2일 국회를 통과했다. 통합진보당은 자신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이를 막진 못했다.
 
통합진보당은 초기부터 이번 수사의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지만, 계속되는 말바꾸기로 여론의 외면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아침 국정원이 전격적으로 '내란 음모 혐의'를 이유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직후,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안을 "색깔론과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긴급조치 10호"라고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혐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박은 없었다.
 
이어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난 5월12일 '문제의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이 한 것으로 알려진 '총기를 준비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발언이 보도된 직후에도, 이를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홍 대변인은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30일 한국일보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 요약본에 '모임' 참석자로서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진보당 경기도당 화성갑 지역위원장이다.
 
같은 날 오병윤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의 '내란혐의' 적용과 관련해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내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피할 수 없다"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체의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다음날인 29일 전날 모습을 감췄던 이석기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리 준비해온 입장을 짧게 밝혔다. 이 의원은 "저에 대한 모든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라며 "국기문란 세력의 주범인 국정원이 유사 이래 있어본 적 없는 엄청난 탄압책동을 하고 있다"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은 묵살했다. 그 대신 홍성규 대변인이 연석회의가 열린 진보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 의원은 연석회의 후에야 기자들과 만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극"이라고 반박했다.
 
이정희 대표도 이석기 의원이 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인명살상'·'총기준비'·'통신 시설 파괴' 등의 발언에 대해 "진보당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시도당 위원장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도 진보당은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왜곡·조작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진보당은 성명서에서 "국정원은 조작전문기관"이라며 이 의원의 발언으로 보도된 내용들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며 명백한 허위 날조"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5월12일 모임' 녹취록 발췌본이 공개된 30일, 김재연 의원은 기독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녹취록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그는 해당 모임에 대해서도 "모임이 없었다고 알고 있다. 모임이 없었는데 어떻게 갈 수 있겠나"고 회합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의 주장은 이날 저녁 이석기 의원의 입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의원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모임의 성격에 대해선 "당의 요청에 의한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31일 기독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의원에게 제기되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하면서도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의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닌가 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며 일부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녹취록 전문이 공개된다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재연 의원은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짓 해명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30일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국정원이 이야기한 RO 지하조직 비밀화합이 없었단 것"이라며 "국정원이 RO 지하조직 비밀화합이라고 주장했던 그 행사는 당원들이 정상적으로 개최한 모임이었는데 내란음모라고 둔갑시키기 위해서 여러 정황들을 마구잡이로 내놓다 보니까 저희들로서는 그 근거들에 대해서 하나도 시인할 수가 없었다"고 자신의 거짓 해명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같은 통합진보당의 '말바꾸기'에 여론은 더욱 차가워졌다. 민주당에서도 통합진보당 때문에 국정원 개혁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미 선긋기에 나섰던 지도부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까지도 거리두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2일 '한국일보'를 통해 '녹취록' 전문의 일부가 공개되자 민주당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체포동의안 본회의 상정을 암시했다.
 
또 이날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요구서'에 이 의원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내용도 민주당의 결단에 힘을 실어줬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진보당을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선긋기를 확실히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절차적 신중함'을 지적했을 뿐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에는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 직전 이석기 의원과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연이어 "체포동의안 처리가 아니라 국정원의 불법적 정당사찰과 프락치 공작 진상을 규명하고 사법처리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 안건은 찬성 255명, 반대2표, 기권5표로 압도적인 찬성 비율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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